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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모텔 307호서 울린 “하지마”…중학생들 참변 막을 수 있었나 [사건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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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모텔 흉기살인 사건

20대男, 출소 후 오픈채팅으로 여중생 접근
중학생 2명 사망·1명 중상…피의자 투신사망
성범죄 전력…오전엔 前여친 위협 경찰 조사
경찰·법무부 관리 허점…유족, 국가에 손배소

“하지 마!”

 

지난해 12월3일 오후 5시7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한 모텔에서 걸려온 112 신고 전화. 신고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대신 주변에서 신고를 저지하는 듯한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긴급 상황이라고 판단한 경찰은 창원소방본부에 공동 대응을 요청하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4분 뒤인 오후 5시11분, 경찰이 모텔 307호 문을 두드리자 객실 안에 있던 표모(26)씨가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객실의 화장실 안에는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14세 중학생 3명이 있었다. 이중 여학생과 남학생 1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또 다른 남학생은 중상을 입었다. 표씨 역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현장에 함께 있던 또 다른 여중생은 외상은 없었지만 현장을 직접 목격해 큰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

 

피의자가 숨지면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수순을 밟게 됐지만,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범행 이후 피의자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전과자이자 보호관찰 대상자였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범행 수시간 전 경찰 조사를 받고도 귀가 조치됐던 사실까지 뒤늦게 드러났다. 유족들은 “국가가 제대로 관리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3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한 모텔에서 흉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오른쪽은 피의자인 20대 남성이 사건 당일 피해 여중생 무리에게 다가가는 모습. 창원=뉴스1·JTBC 보도화면 캡처
지난해 12월3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한 모텔에서 흉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오른쪽은 피의자인 20대 남성이 사건 당일 피해 여중생 무리에게 다가가는 모습. 창원=뉴스1·JTBC 보도화면 캡처

 

◆ 고3이라 속인 20대男, 모텔서 중학생 3명 찌르고 사망

 

경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표씨는 사건 약 2주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오픈채팅방을 통해 14세 여중생 A양과 친구 B양을 알게 됐다. 표는 이들과 한차례 만난 뒤 A양에게 호감을 보이며 지속적으로 연락했다. 그는 당시 자신을 고등학교 3학년생이라고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표씨는 사건 당일 오후 2시43분쯤 모텔을 예약한 뒤 인근 마트에서 술과 흉기를 구입했다. 이어 오후 2시45분쯤 모텔에 혼자 입실한 표씨는 “할 이야기가 있다”며 A양을 불렀다.

 

A양은 중학교 기말고사가 끝났던 사건 당일 합성동에 있는 한 노래방에서 오랜만에 동갑내기 친구들인 B양, C군, D군과 모여 놀고 있던 참이었다. 표씨의 끈질긴 연락에 A양은 오후 4시24분쯤 B양과 함께 모텔을 찾았다. 공개된 현장 폐쇄회로(CC)TV엔 모텔 건너편 건물 계단에 숨어 있던 표씨가 피해자 무리를 지켜보는 모습, 어른이나 남학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 등이 담겼다.

 

표씨는 “둘이 할 이야기가 있다”며 B양만 객실 밖으로 내보냈다. 객실 문은 곧바로 잠겼다. 잠시 뒤 객실 안에서 ‘쿵’하는 큰소리가 들렸고, 이상함을 느낀 B양은 인근에 있던 C군과 D군에게 급히 도움을 청했다. 연락을 받은 두 남학생은 곧바로 모텔로 달려왔다. 이들이 객실 문을 두드리자 표씨는 문을 열어줬고, 객실 안에서 대화 도중 시비가 벌어졌다. 이후 표씨는 미리 준비한 흉기를 꺼내 학생들에게 휘둘렀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A양과 남학생 두 명이 흉기에 찔렸고, B양은 흉기로 협박을 당한 것으로 파악했다.

 

오후 5시7분쯤 흉기에 찔린 A양이 112에 신고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신 수화기 너머로 고함과 함께 “(신고) 하지 마”라고 외치는 표씨 목소리가 들렸다. 3분 뒤 B양이 재차 112에 신고해 모텔 위치를 알렸다. 경찰은 첫 신고 4분 후 현장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다. 이를 들은 표씨는 경찰을 피해 8m 높이의 창밖으로 투신했다.

지난해 12월3일 오후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한 모텔 앞에서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지난해 12월3일 오후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한 모텔 앞에서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 출소 직후 또 여중생 접근…반복된 SNS 범행

 

경찰은 사건을 수사하면서 표씨의 과거 범죄 이력을 확인했다. 그는 미성년자 시절인 2016년 10대 여학생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당시에도 온라인에서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성인이 된 뒤 범행은 더 대담해졌다. 2019년 9월 표씨는 SNS를 통해 알게 된 만 14세 여중생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친분을 쌓았다. 이후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요구했지만 피해자가 거절하자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학교에 유포할 것처럼 협박했다. 겁을 먹은 피해자는 표씨의 주거지를 찾았고 성폭행을 당했다.

 

당시 검찰은 표씨의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보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청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함과 동시에 보호관찰명령 및 정보 공개·고지 명령으로 어느 정도 재범 방지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각했다.

 

재판 과정에서 표씨는 “합의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만 14세에 불과한 피해자를 강간하고 협박한 사안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표씨의 항소와 상고는 모두 기각됐고, 대법원은 2021년 7월 징역 5년형을 확정했다. 전자발찌 없이 보호관찰 5년과 신상정보 공개·고지, 취업제한 명령만 적용됐다.

 

표씨는 지난해 6월 형을 마치고 출소했다. 출소 후 불과 6개월 만에 또다시 SNS 오픈채팅을 통해 중학생에게 접근했고, 결국 두명의 학생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2월3일 창원 모텔 흉기 살인 사건 피의자가 범행 전 모텔 인근 마트에서 음식류와 흉기를 사는 모습. 경남경찰청 제공
지난해 12월3일 창원 모텔 흉기 살인 사건 피의자가 범행 전 모텔 인근 마트에서 음식류와 흉기를 사는 모습. 경남경찰청 제공

 

◆ “남자친구 있다” 말에 격분?…동기 미궁 속으로

 

이 사건은 피의자가 숨지면서 정확한 진상을 규명하지는 못했다. 사건 직후 온라인에서는 ‘조건만남 금품 갈취’ 사건이 아니냐는 추측이 빠르게 확산됐다. 성인 남성과 중학생들이 모텔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만 알려지면서 여러 억측이 뒤따랐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 결과 이번 사건이 조건만남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표씨의 과거 범행과 SNS를 통한 접근 방식, 미성년자를 주거지로 불러 범행했던 전력 등을 근거로 성범죄를 목적으로 피해 학생을 모텔로 유인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경찰은 범행 전 표씨 동선을 확인하면서 계획범죄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B양은 경찰 조사에서 “표씨가 범행 당일 A양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고, 이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압수한 휴대전화와 SNS 대화 내용, CCTV 등을 분석했지만 피의자가 숨지면서 직접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때문에 처음부터 살인을 계획했는지, 다른 목적을 가지고 피해 학생을 불렀다 현장에서 시비가 벌어지면서 흉기를 휘두르게 됐는지 정확한 동기는 확인하지 못한 채 사건이 종결됐다.

 

◆ 범행 당일 오전에도 경찰 조사…부실 관리 논란

지난해 12월3일 오전 창원 모텔 흉기 살인 사건 피의자가 중학생 살해 5시간 전쯤 추가 범행을 벌였던 장소. KBS 보도화면 캡처
지난해 12월3일 오전 창원 모텔 흉기 살인 사건 피의자가 중학생 살해 5시간 전쯤 추가 범행을 벌였던 장소. KBS 보도화면 캡처

 

그런데 표씨가 범행 당일 오전에도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범행 직전 위험 신호를 인지하고도 당국의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표씨는 사건 당일 오전 흉기를 소지한 채 교제하던 20대 여성 주거지를 찾아간 혐의(특수협박)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SNS를 통해 만나 교제를 이어오던 이들은 사건 당일 헤어지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얼마 뒤 표씨는 마트에서 흉기와 소주, 번개탄 등을 산 뒤 여성 거주지로 찾아갔다.

 

당시 경찰은 길거리를 돌아다니던 표씨를 임의동행해 경찰서로 데려가 조사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크게 다치지 않은 데다 현행범 또는 긴급체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2시간 조사를 마친 뒤 표씨를 귀가시켰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캠핑하러 가기 위해 물품들을 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표씨가 보호관찰 대상자라는 사실도 확인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법무부 보호관찰소에 조사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보호관찰소의 관리에도 허점이 있었다. 표씨는 ‘성범죄자 알림e’에 기재한 주소에 사실상 살지 않았지만, 보호관찰소는 표씨가 거주지에 있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귀가한 표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 마트에서 흉기를 새로 구입했고, 모텔을 예약한 뒤 중학생들을 불러 범행을 저질렀다.

 

◆ “막을 수 있었는데”…유족, 국가 상대 손배소

지난 1월23일 창원지법 앞에서 창원 모텔 흉기 살인 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상대 손배소 제기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창원=뉴스1
지난 1월23일 창원지법 앞에서 창원 모텔 흉기 살인 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상대 손배소 제기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창원=뉴스1

 

유족은 정부의 범죄자 관리 시스템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라며, 경찰의 안일한 초동 대처와 범죄자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숨진 C군의 유족은 지난 1월 창원지방법원에 ‘창원모텔 살인 사건 피해자 의사자 지정 및 국가배상청구’ 소장을 제출했다. 손해배상 청구 대상은 대한민국이고, 소송 규모는 5억원이다.

 

유족은 특히 범행 당일 표씨가 특수협박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도 귀가한 점, 보호관찰소와 경찰 간 정보 공유가 즉시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문제 삼았다. C군 어머니는 “표씨는 보호관찰 대상자였고, 초범이 아닌 전과자였다”며 “수많은 제도와 시스템이 제대로만 작동했다면 우리 아이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과 법무부, 대한민국에 분명하게 책임을 묻고 싶다”며 “(사건 이후) 매일 제 살을 들어내고 싶을 만큼 부모인 우리는 지옥을 걷고 있다”고 했다.

 

최근 숨진 피해자가 입고 있던 옷이 수사 증거로 활용되지 못한 채 경찰 측 관리 소홀로 폐기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마산동부경찰서는 사건 당시 피해자들이 입었던 옷을 수사에 활용할 압수물로 지정하지 않았다. 압수물이 아닌 유류품은 유족 측에게 돌려주는 게 원칙이지만 초동 수사 당시 경찰은 이 점도 간과했다. 해당 옷은 병원 검시 과정 등에서 훼손됐으며 유류품 보존과 관련한 경찰 요청을 받지 않은 병원 측은 옷을 폐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 측은 “아이들은 죄 없는 피해자인데도 사건이 알려진 후 오히려 각목치기(미성년자가 조건만남으로 성매수남을 유인한 뒤 각목 등으로 돈을 갈취하는 행위)로 오해받는 등 근거 없는 소문이 일었다”며 “전혀 그런 사실이 없는데도 피해자들이 해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2차 가해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경찰 관리 부실로 아이가 입던 옷을 받지도 못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안 그래도 상처가 큰 상황에서 더욱 힘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