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KMEP)에 참여해 접경지 일대를 비행하던 미군 무인기를 격추할 뻔한 사고가 빚어졌다. 미 해병대는 30일 오후 경기 파주의 전방지역에서 정찰 무인기를 날렸는데, 사전에 비행계획을 알지 못했던 우리 군은 식별 즉시 ‘공중 위협’으로 보고 북한 무인기 침투에 대비한 작전 수행체계인 ‘두루미’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적 무인기 격추를 위한 대공포 등 방공전력이 가동됐다. 다행히도 군 당국은 그 형태나 비행경로 등이 북한 무인기와는 다르다는 판단 아래 착륙 지점까지 추적해 미 해병대 소속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자칫 동맹국의 중요한 전략자산을 떨어뜨리는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었다는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이날 오후 2시 30분쯤 민간인출입통제선 인근 마을 이장들에겐 ‘실제 상황’이라는 설명과 함께 미확인 무인기 식별 소식을 전하는 안내 문자 메시지가 발송됐다. 이 문자는 강원 철원에 있는 육군 모 사단의 전방초소에서 발송됐는데, ‘긴급히 인근 대피호 또는 통제소 밖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1시간 후인 오후 3시 30분 미 무인기로 공식 확인되기까지 대피 소동으로 민통선 주민들이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지 가늠조차 안 된다.
주한 미군 측은 무인기의 비행계획을 미리 한국군 관할부대와 공유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우리 군 당국은 이를 승인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휴전선 부근에서 무인기가 비행하려면 미리 육군 지상작전사령부나 공군작전사령부 측에 비행계획을 통보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주한 미군 주장대로라면 비행계획 공유가 우리 군에서 제대로 전파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이 확인할 예정이라는데, 보고체계의 기강 해이가 드러난다면 엄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한·미 군 당국 간 정보공유 난맥상이 드러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2월 주한 미군 전투기가 서해상으로 대거 출격하자 중국군 맞출격으로 대치가 벌어진 바 있다. 당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진영승 합참의장이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 미군 사령관에게 구체적인 훈련계획을 사전에 공유하지 않았다며 직접 항의한 바 있다. 이에 주한 미군은 사전 통보했다고 반박했었다. 미국이 ‘북핵 정보 유출’ 논란을 빌미로 대북 정보 공유를 중단한 지 3개월이 넘었다. 한미 군 당국 간 정보공유 갈등이 동맹 균열로 비쳐서는 결코 안 된다.
마침 1년 반 만에 부임한 미셸 스틸 주한 미국 대사는 “우리(한미)의 철통 같은 동맹이 역내 평화와 안보를 위한 핵심축(linchpin)으로 남아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미 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고, 안전하며, 번영할 것이라면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 중 하나”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북·중·러가 갈수록 밀착하는 가운데 한미 동맹은 군사적 신뢰부터 한 치의 흔들림이 있어선 안 된다. 양국 연합훈련의 규모나 비무장지대(DMZ) 관할권, 9·19 군사합의 복원 선제 추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을 둘러싼 이견이 조율 없이 마구 불거진다면 반길 세력은 뻔하지 않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