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네이버 팔고 삼전·하닉 17조 샀다고?”
개인 투자자의 장바구니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으로 급격히 좁아졌다. 상반기 대거 사들였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네이버 등은 내다 팔고 반도체 대장주에는 지난달 28일까지 17조원 가까운 자금을 추가로 넣었다.
그 뒤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두 자릿수 급락하며 개인 투자자를 충격에 빠뜨리더니 사흘 뒤에는 SK하이닉스가 상한가로 치솟고 삼성전자도 26% 넘게 뛰었다.
급반등으로 낙폭은 상당 부분 만회했지만 쏠림 투자의 위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두 종목의 등락에 따라 개인 투자자의 계좌가 하루에도 크게 출렁이는 구조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11조원 넘게 샀던 현대차도 매도 전환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개인 순매수액 상위 30개 종목 가운데 지난달 1일부터 28일까지도 순매수가 나타난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SK스퀘어, LS일렉트릭, LG에너지솔루션 등 5개에 그쳤다. 나머지 25개 종목은 모두 순매도로 돌아섰다.
가장 눈에 띄는 종목은 현대차다. 개인은 올해 상반기 현대차를 11조413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개인 순매수 3위에 오를 만큼 자금이 몰렸지만, 지난달 1일부터 28일까지는 253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현대모비스도 상반기 2조5140억원 순매수에서 지난달 1일부터 28일까지 2700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LG전자는 상반기 1조9463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같은 기간 2052억원어치를 팔았다. 네이버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도 각각 3000억원 안팎의 개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지난달 순매도로 돌아섰다고 해서 상반기에 사들인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매수액보다 매도액이 많아지면서 개인 수급은 상반기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삼전·하닉에만 16조9287억원
빠져나간 자금은 반도체 두 종목으로 향했다. 개인은 지난달 28일까지 SK하이닉스를 10조6265억원, 삼성전자를 6조302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두 종목을 합하면 16조9287억원에 달한다.
매수 종목 수도 빠르게 줄었다. 개인이 순매수한 코스피 종목은 지난 5월 495개에서 6월 393개, 지난달 28일까지 218개로 감소했다. 코스피 807개 종목 가운데 개인 순매수가 나타난 종목은 27%에 불과했다.
자금의 쏠림은 더 선명하다. 같은 기간 개인이 순매수한 종목의 순매수액 합계 가운데 반도체 및 관련 장비 업종이 차지한 비중은 88.2%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만 따져도 86.9%에 달했다.
이는 개인이 보유한 전체 주식의 86.9%가 두 종목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지난달 1일부터 28일까지 개인 순매수가 나타난 종목의 금액을 합산한 결과, 그중 86.9%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는 뜻이다.
◆13~14% 폭락 사흘 뒤 26~30% 폭등
쏠림의 위험은 지난달 28일 그대로 드러났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32.09포인트(10.84%) 내린 6023.66으로 마감했다. 포인트 기준 역대 두 번째로 큰 낙폭이었다. 장중에는 5992.91까지 밀리며 6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13.39% 떨어진 22만원, SK하이닉스는 14.65% 내린 155만원에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4조9664억원어치를 팔아치웠지만 개인은 4조3338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쏟아진 물량을 받아냈다.
하락은 지난달 30일까지 이어졌다. 코스피는 사흘 동안 17.2% 빠져 5593.56까지 밀렸다. 장중 반등 시도가 번번이 무산되면서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저가 매수가 아닌 추가 하락의 출발점일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졌다.
분위기는 전날 급변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01.89포인트(17.91%) 오른 6595.45로 마감했다. 상승률과 상승폭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이다.
SK하이닉스는 29.95% 오른 171만8000원으로 17년 만에 상한가로 마쳤다. 삼성전자도 26.81% 오른 26만25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클라우드 실적 호조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둔화 우려가 완화되고 미국 반도체주가 급반등하자 외국인 자금도 돌아왔다.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7조219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8조254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급반등장에서 대거 물량을 내놨다. 개장 직후에는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 매수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반등했지만 6월 고점보다 여전히 30% 낮아
하루 폭등만으로 충격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코스피는 지난 6월 19일 기록한 장중 최고치 9385.59와 비교하면 여전히 29.7% 낮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매수 시점에 따라 투자자별 손익이 크게 엇갈린다.
특히 전날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에 적용되는 기본예탁금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아졌다.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등 대용증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급락장에서 증폭된 레버리지 손실과 수급 쏠림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이번 반등으로 저가 매수에 나섰던 일부 개인은 손실을 줄이거나 수익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13~14% 급락한 뒤 26~30% 폭등하는 흐름은 반도체 집중 투자가 높은 수익 가능성만큼이나 큰 변동성을 안고 있다는 사실도 보여줬다.
하루 급등으로 ‘몰빵’의 위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개인의 장바구니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으로 좁아진 만큼 반도체 대장주의 다음 움직임에 개미들의 희비도 다시 크게 엇갈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