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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개발 끝났는데…6세대 전투기까지 20년, 넘어야 할 산 많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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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KF-21 가려면 사실상 재설계
6세대 핵심기술 확보도 2040년대 이후
전투기·전자전기 줄줄이…예산도 걸림돌

지난달 29일 경남 사천 소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2015년부터 시작된 KF-21 체계개발이 공식적으로 종료됐다는 것을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측 인사들까지 참석한 이번 행사는 한국이 4.5세대 전투기를 독자적으로 만들 능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다.

KF-21 시제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F-21 시제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KF-21 체계개발 성과를 더욱 발전시킬 모멘텀이 없다면, 지금까지 확보한 노하우는 소리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공대지·공대해 능력을 확보한 블록2 개발이 끝나고, 120대 양산이 종료되는 2030년대 초반 이후의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스텔스·전자전 능력 확보 거론

 

KF-21은 동체에 전파흡수물질과 반매립 무장창 등을 적용해 일정 수준의 스텔스 기능을 확보한 4.5세대 전투기다.

 

하지만 F-35처럼 적 레이더에 포착될 위험을 극적으로 낮출 정도의 5세대 스텔스 성능과는 차이가 크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KF-21이 구조시험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KF-21이 구조시험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천룡’ 등을 탑재할 블록2 개발·양산이 끝날 2030년대 초 이후를 고려, KF-21의 성능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대목이다.

 

KF-21 제작사인 KAI는 F-35처럼 동체 하부에 내부무장창을 갖춰 스텔스 성능을 높이고, 연료탑재량을 늘리면서 레이더를 비롯한 항공전자장비 성능을 향상시킨 KF-21 EX 개발을 제안하고 있다.

 

유·무인 복합체계를 탑재해 무인기 운용 기능을 추가한 KF-21 EX-T도 제안하는 모양새다.

 

KF-21 EX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추구하는 개념이다. KF-21는 개발 당시 기체 하부에 내부무장창을 확보하는 것을 감안해서 설계를 진행했다. 

 

장거리 공대공미사일 4발 또는 공대지 유도폭탄과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을 함께 탑재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지니게 된다. 기체 외부에 장착된 센서는 내부에 수납되는 형태로 바뀐다.

 

다수의 무인기를 운용·통제하는데 필요한 고속 데이터링크와 인공지능(AI) 기반 고용량 임무컴퓨터 등도 탑재된다.

KF-21 시제기가 공중에서 기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F-21 시제기가 공중에서 기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F-21 EX-T는 다목적 무인기 또는 무인전투기와 협업하면서 항공전을 수행할 계획이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네트워크 체계와 정보융합 능력이 필수다. 

 

미 해군 EA-18G 전자전기와 유사한 개념의 KF-21 EJ도 거론되고 있다. 전파방해 장비와 대레이더 무장 등을 통합해서 적 방공망을 제압하는 개념이다.

 

LIG D&A와 대한항공이 개발중인 전자전기가 후방에서 넓은 범위에 걸쳐 전자전을 펼친다면, KF-21 EJ는 전투기 편대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형태다.

 

◆차세대 전투기 개발 추진

 

공군은 F-35 스텔스기를 운용하면서 KF-21 전력화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미국 F-47, 영국·이탈리아·일본 주도의 글로벌 전투항공체계(GCAP)등 6세대 스텔스 전투기와 비슷한 개념을 지닌 차세대 전투기 확보도 장기적 차원에서 저울질하고 있다.

KF-21 양산2호기와 다목적무인기 실증기가 공개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F-21 양산2호기와 다목적무인기 실증기가 공개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공군의 숫적 주력인 KF-16이 성능개량을 통해 KF-16U로 거듭났지만, 2050년대까지 원활하게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를 대체하면서 글로벌 추세에 부합하는 첨단 기종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공군은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장기관리 소요로 분류하고 있다. 세부 성능은 밝히지 않고 있으나, 큰 틀에선 미국·유럽의 6세대 전투기 특성과 유사하다.

 

기존보다 탐지·식별 능력이 크게 향상된 센서들로부터 수집된 정보는 AI에 기반한 임무 수행체계가 신속하게 융합, 조종사가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조종사는 이를 통해 다수의 무인기를 통제하고,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토대로 위험 지역에서 공대공·공대지 전투를 수행한다.

한화시스템이 출고한 KF-21 탑재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 양산 1호기.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화시스템이 출고한 KF-21 탑재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 양산 1호기. 세계일보 자료사진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6세대 전투기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검증하는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이를 통해 공군이 차세대 전투기 관련 요구성능(ROC)을 체계화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국내 기술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KF-21 탑재 레이더보다 넓은 범위를 탐지하면서 전자공격 등의 임무도 수행할 수 있는 광대역·다기능 AESA 레이더, 차세대 전자전체계, 신형 전파흡수재 등의 개발이 이뤄질 전망이다.

 

공군은 차세대 전투기에 필요한 핵심 기술(진보된 스텔스, 소형 무장, 양자통신 등)을 2040년대 중반 이후에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체계개발을 진행하려면 일정 수준의 핵심 기술 확보가 검증되어야 하므로, 실제 체계개발은 2040년대 후반 또는 2050년대에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영국·이탈리아·일본이 개발중인 6세대 전투기 글로벌전투항공체계(GCAP) 모형. 세계일보 자료사진
영국·이탈리아·일본이 개발중인 6세대 전투기 글로벌전투항공체계(GCAP) 모형. 세계일보 자료사진

◆예산·기술 확보 등 과제도

 

KF-21 체계개발 성과를 토대로 세계적 수준의 신형 전투기를 제작할 필요성은 뚜렷하다.

 

하지만 KAI와 공군의 구상이 실현되려면 예산과 기술 등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KF-21을 5세대 전투기로 개량하는 것은 기존 동체 구조·엔진·전자장비 체계통합을 바꾸는 사실상의 재설계 작업이다.

 

내부무장창을 설치하는 것은 기체 구조와 더불어 항공역학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무장창 문을 열어서 미사일을 떨어뜨리고 다시 문을 닫는 기계 장치가 초음속 기류 속에서 정확하게 작동해야 한다.

 

미사일을 사출하면서 무장창 문이 열려 있는 동안은 스텔스 형상이 깨진다. 따라서 노출 시간을 최소화하는 정밀 제어가 필요하다.

미 공군 6세대 전투기 F-47의 상상도.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 공군 6세대 전투기 F-47의 상상도.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같은 변화를 통제하면서 비행 안전성과 전투 성능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많은 시험과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레이더 반사 면적에 영향을 미치는 엔진과 공기흡입구도 바꿔야 한다.

 

현재의 KF-21 공기흡입구는 레이더파가 엔진 내부의 팬 블레이드까지 도달해 반사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F-35처럼 공기흡입구를 구불구불한 형태로 변경해야 한다. 

 

문제는 엔진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직선 통로 형태인 흡입구는 공기가 매끄럽게 들어가지만, 구불구불하게 구부리면 공기 흐름이 꺾인다. 엔진에 들어가는 공기 압력·속도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따라서 통로 내부를 유체역학적으로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이는 동체 전방 부분에 대한 재설계를 의미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2040년까지 3조3500억원이 투입되는 첨단항공엔진 사업도 변수다.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직원들이 우리 공군 초도 인도 전력인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양산기들을 제작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직원들이 우리 공군 초도 인도 전력인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양산기들을 제작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F-21 블록2는 2030년대 초까지 양산되고, KAI가 제안하는 후속 기종은 2030년대에 개발되는 모양새다. 따라서 현재의 미국 GE 엔진을 그대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산 엔진은 2040년대 해외로 수출될 KF-21에 탑재될 수 있으나, 가격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얼마나 쓰일 지는 불확실하다.

 

개발 완료 후 공군 KF-21 창정비 과정에서 엔진을 교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엔진이 바뀐다는 것은 연비, 진동·소음 특성, 엔진 제어 소프트웨어 등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이는 감항인증을 다시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규격이 같아도 흡입구 구조나 배전 등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비행시험 추가 소요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경남 창원1사업장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한 1만호 엔진 ‘F404’의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경남 창원1사업장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한 1만호 엔진 ‘F404’의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같은 과정을 수행하려면 상당한 규모의 추가 지출이 필요하다.

 

첨단항공엔진과 별도로 차세대 전투기에 사용할 엔진 수요도 변수다.

 

6세대 전투기 엔진은 추력편향노즐과 스텔스 성능이 필수다. 이를 갖추려면 새로운 엔진을 만들어야 한다.

 

첨단항공엔진 개발비가 3조35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일각에선 F-15EX처럼 스텔스보다는 강력한 공격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수출 경쟁력이나 전투력 증진에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군 항공 전력증강 예산 사정도 KF-21 후속 기종 개발 가능성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2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KF-21/IF-X 체계개발 종결 기념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2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KF-21/IF-X 체계개발 종결 기념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현재 항공 분야에선 다수의 사업이 진행중이다.

 

2024∼2028년 KF-21 40대 최초 양산에 8조3840억원, 2032년까지 진행될 80대 후속 양산은 18조 4422억원(추정)이 소요된다.

 

2034년 실전배치될 공군 전자전기(약 2조원), 2037년까지 진행될 F-15K 성능개량(4조5600억원), 2033년까지 실시될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약 3조4000억원), 2030년쯤부터 기체가 인도될 UH-60 성능개량(약 1조원) 등 굵직한 사업이 연달아 진행중이다.

 

연내 개발을 마치고 양산 단계로 넘어가는 상륙공격헬기, F-35A 2차 사업, CH-47F 대형기동헬기·C-390 대형수송기 도입 등의 사업도 규모가 크다.

 

다수의 대형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항공 전력 분야 신규 사업은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KF-21 블록 1·2의 뒤를 이을 기종 개발 사업이 실현되어도 실제 착수 시점은 2030년대 중반으로 조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KF-21의 성과를 토대로 기술 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다.

 

하지만 기술·예산 리스크 등을 면밀하게 점검하면서 방위산업계와 군, 정부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실현할 수 있다. 정부와 업계의 중장기적 계획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