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60년 넘게 살았는데 이런 더위는 처음입니다."
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한 경남 창원 달동네에서는 선풍기조차 아껴 쓰는 노인들이 집 안에서 폭염과 홀로 맞서고 있었다.
무더위는 고지대 노후 주택과 취약계층의 삶을 그대로 덮쳤다.
2일 오전 11시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성호동 꼬부랑길 벽화마을 일원.
비탈을 따라 들어선 마을 곳곳에 벽화가 칠해져 일견 화사해 보였지만, 사실 이곳은 창원지역 달동네로 불리는 곳이다.
고지대 비탈길을 따라 다닥다닥 들어선 이들 단층 주택 위로는 햇볕의 맹렬한 기세가 그대로 내리꽂히고 있었다.
하루의 더위가 최고조에 이르려면 아직 몇 시간은 족히 남았지만, 차에서 내려 비탈길을 오르기 시작한 기자의 온몸은 순식간에 땀으로 뒤덮였고, 얼굴은 빨갛게 익어가기 시작했다.
비탈을 오르던 중 한때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한 건물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의자 여러 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지만, 냉방시설도 없는 이곳의 달력은 2026년 5월에 멈춘 채 주민들의 발길이 한동안 끊긴 듯했다.
이 주변 한 주택에 사는 80대 어르신은 창문을 열어둔 채 선풍기도 가동하지 않고 더위를 견디다가, 기자가 들어서자 그제야 선풍기를 틀며 "나(이) 많은 사람은 살기가 힘들다"며 "여기서 60년 넘게 살았는데 이런 더위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당시 이 집 온도는 34도에 육박한 상태였다.
이 어르신은 "자식들이 3∼4년 전에 에어컨을 사줬어도 통 안 켰는데, 딸이 에어컨 꼭 켜고 있으라고 신신당부해 올해는 오래는 못 켜도 낮에 조금씩 튼다"며 "앞에 조그맣게 해둔 텃밭에 나가기도 하는데, 밭이 (햇볕에) 타서 뭐가 안 된다. 더워도 너무 덥다"고 덧붙였다.
이어 "길이 가팔라서 무릎도 안 좋은데 멀리 가기도 힘들어서 무더위쉼터 같은 데는 안 간다"며 "이웃집에나 잠깐 가서 얘기 나누고 온다"고도 얘기했다.
어르신 집을 나선 직후 비탈을 다시 내려가는 길에 디지털 온습도계로 확인한 온도는 39.7도. 30대 후반인 기자도 이 날씨에 비탈길을 오르내리느라 땀이 쏟아지는데 이 마을 일원에 많이 산다는 고령 주민들에게는 올 여름나기가 얼마나 힘들지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주택과 1980년대 건축된 노후 아파트·빌라가 밀집한 마산회원구 회원2동 일원에는 낮 12시가 가까워 오자 거리에서 사람 찾기도 힘들었다.
그늘을 따라 급히 걸음을 옮기던 70대 진모씨는 "친구 집에서 에어컨 바람 쐬면서 좀 쉬다가 이제 집으로 가는 길"이라며 "요즘처럼 더운 적이 없었는데, 너무 더워도 한 오후 3시까지는 꾹 참다가 그때 잠깐 에어컨을 틀곤 한다"고 말했다.
경남 도내 각 시군은 이처럼 냉방시설이 있더라도 경제적 부담에 거의 가동하지 않거나, 마땅한 냉방시설이 없는 어르신들이 집 안에서 속수무책 폭염에 고생하는 일이 없게 무더위쉼터 운영시간을 확대한다고 설명한다.
실제 경남에서는 올해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누적 발생한 온열질환 161건(사망 3건 포함) 중 17건이 집에서 발생했다.
창원에서는 지난달 31일 오후 3시 40분께 마산회원구 내서읍 한 아파트에서 기저질환이 있는 80대 여성이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여성은 소방당국 출동 당시 체온이 41도로 나타나는 등 열사병 증세를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도는 최근 폭염 취약계층이 시원한 시설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무더위쉼터 운영시간을 평일 오후 10시까지 연장하고, 기존에 미운영하던 주말에도 무더위쉼터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날 낮 회원경로문화센터에 차려진 무더위쉼터에서 만난 80대 신모씨는 "더위가 말도 못한다. 오전에 집에서 일 좀 해놓고 나서 쉼터로 오는데, 집에서 3분 거리인데도 오는데 땀이 줄줄 흐른다"며 "그래도 나오면 부담 없이 시원하게 있을 수 있어서 자주 온다"고 말했다.
다만, 창원시청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무더위쉼터 운영 현황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없어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홈페이지에는 2024년 5월 기준 무더위쉼터 목록이 올라와 있다.
이 목록에는 쉼터 주소만 올라와 있고 운영시간 등은 명시하지 않고 있다. 기자가 이날 낮 이 목록에 있는 의창구 봉림동주민센터를 찾았지만 주민센터 어느 곳에서도 문은 열려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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