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1일 조국혁신당 등과 더불어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로써 1954년 형사소송법에 근거를 두고 72년간 유지돼온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민주당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무책임한 궤변이다. 실효성은 크지 않고 검경 간 ‘사건 핑퐁’으로 범죄 피해자의 고통만 가중될 것이 분명하다. 그 책임은 오롯이 민주당이 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법안 통과 직전 슬쩍 끼워 넣은 ‘공소기각’ 조항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해 법의 정당성마저 훼손시켰다. 여기에다 검사가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얻은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쓰이지 못한다. 새로운 의혹이나 경찰 수사의 오류를 발견해 경찰에 형식적인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이 고작이다.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경찰의 부실수사와 ‘사건 암장’이 잇따를 것이다. 국민의 우려도 크다. 지난달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 의견은 61%로 전면 폐지 의견(23%)을 크게 웃돌았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유지가 46%로, 폐지 여론(39%)을 앞섰다. 하지만 여당은 강성 지지층에 휘둘려 국가 사법 제도의 근간을 당략의 제물로 삼았다.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의원은 “곧 다가올 국민의 고통이 눈에 보이고, 국민의 눈물이 귀에 들리는데,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권력층이나 부유층이 경찰 수사 단계에서 치밀하게 법적 대응에 나서는 동안 서민과 사회적 약자는 직접 고소·고발장을 들고 경찰서를 들락날락해야 할 판국이다. 국민은 물론 여성계, 법조계 등의 반대 목소리를 외면하고도 ‘노무현 정신’을 운운하는 여당의 행태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청와대는 표결 직후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올 초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 입법 절차를 존중할지, 민심에 따를지 고민이 많겠지만, 대통령은 위헌 시비까지 불거진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거부권 행사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책임 있는 공직자의 자세로 거부권을 적극 건의해야 한다. 법치주의를 훼손한 민주당은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