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남반도체 클러스터 등 ‘메가특구’에 노동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7일 국회에 특별법으로 추진하겠다고 보고한 내용에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완화해 적용하고 기간제 고용을 현행 2년에서 2년 더 연장하는 방안이 담겼다. 32개로 한정된 근로자 파견 업종도 확대한다고 한다. 역대 경제특구가 세제와 입지·재정지원에 그친 것과는 달리 노동 유연화까지 포함한 것은 바람직하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정부 안은 기업의 손발을 묶어온 노동규제 족쇄를 풀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노동자 동의를 전제로 소득 상위 3%의 관리자·연구개발자에게 근로시간 상한을 두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면제)’이 도입된다.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도 최대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도 국가첨단전략기술 기업의 절반(50.6%)은 메가특구에 가장 필요한 노동 특례로 연구개발(R&D) 인력의 근로시간 유연화를 꼽았다.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고 노동권을 후퇴시키는 개악”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술 경쟁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대만 TSMC의 경우 13년 전부터 ‘나이트호크 프로젝트’(3교대 연구방식)를 가동해 연구실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중국의 테크기업도 996(주 6일, 오전 9시∼오후 9시)을 넘어 007(24시간, 7일) 근무까지 불사한다. 미국과 영국, 일본 역시 고소득·R&D 인력의 근로시간 예외가 정착된 지 오래다. 우리만 근로시간 족쇄에 묶여서는 미래가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노동규제완화를 특구에만 가둬두는 미봉책에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글로벌 기술전쟁에서 사활을 걸고 뛰는 기업과 인재가 메가특구에만 있는 건 아니다. 단지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용인·판교 등 수도권과 대전, 창원 등의 기업과 R&D 인력이 불이익을 당한다면 형평성 논란과 제도 왜곡 문제가 불거질 게 뻔하다. 정부와 국회는 메가특구부터 낡은 노동규제를 서둘러 걷어낸 뒤 문제를 보완해 다른 업종과 전국 산업현장으로 전면 확대해야 할 것이다. 당사자 동의와 충분한 보상, 건강권 보호 등 보완장치가 함께 마련되면 노동계 우려는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