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포함한 직접 수사 권한을 형사소송법에서 삭제한 72년 만의 형사사법체계 개편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태스크포스(TF), 의원총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친 집단적 결정이었다. 한병도 원내대표가 전면 폐지 원칙을 공식화하고 당 TF가 주력안을 마련한 뒤 의원총회가 당론으로 확정했다. 법사위 심사 단계에서는 민주당 김용민·김승원·서영교 의원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등이 보완수사권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며 처리를 주도했다.
반면 사회적 약자·민생범죄 등에 제한적으로 보완수사를 허용하자는 당내 대안은 채택되지 않았고, 본회의에서는 민주당 곽상언 의원이 반대하고 이소영 의원이 기권했다. 법 시행 이후 수사 공백 우려가 현실화할지에 따라 설계·결정·심사·표결 과정에서 각기 다른 선택을 한 정치인들의 책임도 다시 평가받게 됐다.
◆지도부·TF·의총 거쳐 법사위서 확정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방향을 잡은 뒤 당내 논의 기구가 조문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검사는 수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공식화했고, 김한규·박상혁·김승원·이해식 의원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는 검사의 직접수사와 보완수사를 모두 없애는 당 주력안을 마련했다.
당내에서는 홍기원 의원 등이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와 민생범죄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경찰의 부실·지연 수사를 검사가 직접 보완할 최소한의 통로는 남겨야 한다는 취지였다. 보완수사권 일부 존치에 우호적인 국민 여론과 당내 신중론도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총회는 전면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당론 확정 이후에는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최종 조문 마련과 처리를 맡았다. 김승원 법사위 여당 간사는 9차례 법안심사1소위를 열어 법안을 조율했고,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소위에서 마련된 대안을 전체회의 의결까지 이끌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사 과정에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필요성을 강조하며 강경론에 힘을 실었다.
서 위원장은 법안 마련 과정에서 공식 간담회 13차례를 비롯해 수십 차례의 비공개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제한적 보완수사권을 주장한 홍 의원과도 직접 통화하고 그의 개정안도 함께 심사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최종안에는 제한적 보완수사 허용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 김승원 의원은 국민의힘이 반대한 마지막 소위에서 표결 처리를 이끌었고, 박 의원도 소위와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전면 폐지 입장을 유지했다.
김용민 의원은 법안 통과 뒤 이를 검찰개혁 완수로 평가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달 31일 본회의장에서 두 팔을 벌려 환영했고, 이튿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주신 숙제를 다 끝냈다”고 적었다. 법안 통과 직후에는 “당대표 출마를 포기하며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약속을 오늘 지켰다”며 “맨몸으로라도 굴러서 마침내 도착했다”고 썼다.
법사위 밖에서도 폐지론에 힘이 실렸다. 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나선 정청래 후보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요 쟁점으로 내세웠다. 전반기 법사위원장을 지낸 추미애 경기도지사도 여러 차례 SNS에 글을 올리며 전면 폐지를 촉구했다.
◆‘盧 사위’ 반대표… 與서 기권·비판도
민주당이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노 전 대통령을 내세운 것과 달리 그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은 형소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 의원 가운데 유일한 반대표였다. 곽 의원은 페이스북에 “곧 다가올 국민의 고통이 눈에 보이고, 국민의 눈물이 귀에 들리는데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곽 의원은 제한적 보완수사권을 남기는 홍 의원안의 공동발의자이기도 하다. 그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저는 국회의원을 하면서 제가 하는 정치행위로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거나 고통받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하면 죄를 짓는다”며 “이번 결정도 그 일환”이라고 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이익,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방향을 훨씬 더 앞세운 정치인이었다”며 “단순히 그 기준을 놓고 보더라도 노 전 대통령이 이 법안에 어떤 선택을 했을지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소영 의원은 본회의 표결에서 기권했다. 이 의원도 홍 의원이 발의한 제한적 보완수사 허용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법안 처리에 불참한 이언주 의원은 페이스북에 “도대체 무엇 때문에 국민 대다수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해야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