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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사건 핑퐁… 10월 시행 대혼란 예고 [뉴스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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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 만에 檢 보완수사권 폐지

검·경간 추가수사 요구 반복 우려
불송치 땐 피해자가 직접 나서야
피의자, 법률비용 급증 악용 가능
與 “7대 전건송치법 처리 속도”

요구 받은 날부터 1개월 내 통보
검사 “보완수사 주장 땐 불가능”

檢, 송치건 ‘사실관계 확인’만 가능
부실수사 검증 어려워져 평가도

검찰동우회선 “여당의 오만·폭거”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형사사법체계가 큰 변혁을 맞았다. 1954년 형소법 제정 이후 72년 만에 수사권은 경찰로 일원화되고, 검사에게는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만 남게 됐다. 수사 지연과 범죄 피해자 보호 약화 등 부작용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강한 우려에도 여권 강경파 주도로 법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7월 31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형사사법체계가 큰 변혁을 맞았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뉴시스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7월 31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형사사법체계가 큰 변혁을 맞았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뉴시스

그간 법조계에서는 검사의 수사권 전면 폐지 시 경찰에 대한 견제 약화, 수사 지연 심화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경찰의 미흡한 수사에 대해 검찰이 추가수사를 요구하는 과정이 반복되며 사건이 지연된다는 지적이다. 경찰의 사건 불송치 결정 등에 피해자가 직접 관여해야 하는 절차도 구체화되면서 사건 관계자의 법률비용도 상승할 전망이다. 추가된 공소기각 사유에 대해서도 중대, 일탈 등의 기준이 모호해 피의자들이 재판 지연 등에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새 형사사법 절차를 두고 검경 간 이른바 ‘사건 핑퐁’ 우려가 가장 많이 나오고 있다.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권을 규정한 196조를 삭제해 검사가 직접수사 혹은 보완수사할 수 있는 근거를 없앴다. 검사는 경찰에 기소를 위한 보완수사·재수사 등을 요구할 권리만 남았다. 검사의 영장청구권도 제한됐다. 검사는 이제 독자적으로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수 없고 경찰 등 수사기관이 신청한 영장만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경찰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추가수사를 마치고 오더라도 여전히 검사가 판단할 때 결과가 충분하지 않으면 재차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가 반복되면서 소송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개정안은 사건 지연 등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은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날부터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이를 이행하고 결과를 검사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기존 수사준칙에는 경찰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3개월 내 이행하도록 했다.

 

7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7회국회(임시회) 제3차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표결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표결에서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반대표를,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뉴스1
7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7회국회(임시회) 제3차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표결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표결에서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반대표를,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뉴스1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기존에도 보완수사 미이행에 대해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지만 활용되지 않았다”며 “경찰이 형식적으로만 수사하고 보완수사를 마쳤다고 주장하면 현실적으로 징계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복잡해진 형사 절차에 따라 범죄 피해자들의 법률 비용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검찰의 지휘·감독 공백에 따른 경찰의 수사 부실과 이로 인한 증거 소실 우려도 범죄 피해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개정안은 고소인 등이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통보받고 3개월 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의신청에 필요한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하거나 검사에게 면담을 요청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도 새롭게 마련됐다. 이같이 고소장 작성부터 이의신청 등까지 피해자들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하는 일이 늘었다. 검찰 출신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졸속 수사가 이뤄진 경우 3개월의 시간이 고소인 측이 증거를 모아 이의신청을 하기 충분한지 의문”이라며 “돈 없는 피해자는 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혼자 고소할 경우 사건 처리가 안 되고 지연되는 등의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거 수집을 위해 사설탐정을 직접 고용하는 피해자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문재인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에 대한 이의신청은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있었던 2021년 2만7262건에서 지난해 5만6165건까지 폭등했다.

 

개정안 통과로 검사는 공소제기나 재수사 요구 여부를 결정하기 전 경찰이 송치한 사건 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자료를 받는 ‘사실관계 확인’만 할 수 있어 경찰의 부실수사를 검증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한 검찰이 확보한 이 같은 증거는 재판 단계에서 증거로 활용될 수도 없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 범죄 피해자들을 대리해 온 오지원 법률사무소 법과치유 변호사는 “수사진행 주요 사항을 피해자에게 통지할 의무와 불송치 사건에 대한 주요 수사기록 및 요지에 대한 설명의무를 규정해야 한다”며 “수사지연과 부실을 막기 위해 검찰의 수사지휘와 경찰 수사가 결합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7월31일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7월31일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은 형소법의 국회 통과 당일 사의를 표명하며 “이번 개정안은 검사가 수사기록에만 의존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고 피해자 보호에 충실하기 어려우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같은 날 “처음 가는 길에서 선의나 기대와는 달리 부작용이 나온다면 신속히 보완·수정하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제도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다.

 

역대 고위 검찰 인사 등이 모인 검찰동우회(회장 한상대 전 검찰총장)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제대로 된 심의·토론 절차도 없이 범죄 피해자들의 원망과 우려, 더 나아가 압도적인 국민 반대 여론을 무시한 처사로서 여당의 오만이자 집착이며 하나의 광기이자 폭거”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요구했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훨씬 더 좋아진 형사소송법' 설명회에서 '보완수사요구(추완)' 문건(왼쪽)과 보완수사요구(결정) 문건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훨씬 더 좋아진 형사소송법' 설명회에서 '보완수사요구(추완)' 문건(왼쪽)과 보완수사요구(결정) 문건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수사 공백 우려를 막기 위해 ‘7대 범죄 전건송치’ 법안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형소법 개정과 연동되는 후속 법률 190여개도 10월2일 개정법 시행 전까지 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김승원 법사위 여당 간사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전건송치 법안에 대해 “9월 정기국회에서, 늦어도 10월 국정감사 전에는 입법적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아동학대·가정폭력·성폭력·아동청소년 성범죄·스토킹·장애인·노인학대 등 7대 범죄는 경찰이 불송치하더라도 검사에게 넘기도록 개별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김 의원은 “대상 법률이 190여개”라며 “10월2일 시행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