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전 한국 미술의 국제적 위상은 판매 수치와 순위로 가늠됐다. 예전에는 검증된 특정 작가의 작품에 관심이 쏠리는 개인 중심의 시장이었다면, 지금은 한국 미술문화의 흐름 자체를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강해졌다. K아트는 K컬처의 부수 장르가 아니라 한국을 이해하는 핵심 문화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흐름을 일회성으로 소진시키지 않으려면 네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평가 기준부터 바꿔야 한다. 어느 작가가 몇 위를 했느냐가 아니라 한국 미술 전체가 어떤 방향성으로 국제 시류를 만들어가고 있느냐를 봐야 한다.
지원의 무게중심도 옮겨야 한다. 판매·결산 중심이던 채널을 기획자·연구자·비평가·포럼·쌍방향 교류로 넓혀야 한다. 청년·신진 작가에 쏠린 지원도 재배분이 필요하다.
미술시장의 힘은 검증을 마치고 인생 2막을 준비하는 50대 전후 중진 작가에서 나온다. 이들에게 전시·해외 진출·연구·출판·미술관 소장으로 이어지는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 기업의 예술 투자도 시상제도와 레지던스에 머물 게 아니라 업종에 맞는 장르를 골라 브랜드 자산으로 키워야 한다. 에르메스의 국내 미술상, 포스코의 철·조각 연계가 그 참고 사례다.
예술 지원은 있어도 그만인 부가 활동이 아니라, 수치로 즉시 환산하긴 어려워도 브랜드 가치와 고객 충성도, 글로벌 신뢰로 돌아오는 투자다. 리움미술관이 삼성의 철학·제품·브랜드 가치와 더 적극적으로 연결됐다면 더 큰 시너지를 냈으리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평가 기준을 바꾸고 지원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중진 작가의 사다리를 놓고 기업의 예술 투자를 브랜드 자산으로 설계하는 일이 함께 이뤄질 때, K아트는 순위와 판매액을 넘어선 문화적 흐름으로 국제무대에 자리 잡을 수 있다.
김윤섭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