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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은 바닷가 보다 공항으로 피서가요

“시원하고 비용부담이 없어 동해안보다 더 좋아요.”

한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할 만큼 폭염이 기승을 부린 2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터미널 1층 로비. 서울 전역에 폭염경보가 내려 바깥은 펄펄 끓었지만 공항 내부는 에어컨 때문에 더위를 느낄 수 없었다. TV 앞 긴 의자에는 더위를 피해 공항으로 피서를 온 노인 30여명이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2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터미널 1층 로비에서 더위를 피해 공항을 찾은 노인들이 TV를 보고 있다.  박연직 선임기자
2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터미널 1층 로비에서 더위를 피해 공항을 찾은 노인들이 TV를 보고 있다.  박연직 선임기자

공항 터미널은 여름철 어르신들에게는 ‘핫 플레이스’다. 일부 노인들은 아예 아침부터 공항으로 출근하고 있을 정도다. 부부가 함께 하루종일 시간을 보낸 뒤 귀가하는 경우도 있으며 아예 동네 친구들과 같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공항을 찾는 ‘마실 피서족’도 볼 수 있다. 도시락과 커피 등을 배낭에 넣어와 돈 한 푼 안 들이고 여름을 나는 알뜰 노인들도 있다.

 

노인들은 “집 안에 있을 경우 냉방비 폭탄이 걱정되고 집 근처 카페를 가더라도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장시간 앉아 있을 경우 눈치가 보여 자연스럽게 발길이 공항으로 닿는다”고 공항피서의 특징을 설명했다.

 

공항이 노인들의 피서지로 각광받는 이유는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데 있다.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제공되는 무임승차제로 인해 집 앞에서 지하철을 타면 공항 로비까지 직행할 수 있는 뛰어난 접근성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장점이다.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과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여객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집에서 종일 지내는 것에 무료함을 느낀 독거노인들에게는 사람구경을 하다 보면 하루해가 짧을 정도다.

무엇보다도 노인들이 공항을 찾는 이유는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1층 로비는 항상 TV가 켜져 있고 빈 의자가 많기 때문에 하루종일 앉아 있어도 제재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음주를 하거나 소란을 피우지 않으면 쫓겨날 이유가 없어 노인들의 최고 피서지로 손꼽히고 있다.

 

인근 주민 정인수(75)씨는 “공항 로비에 오면 여행자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 친구들과 매일 피서를 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