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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전부터 스크린X 염두… ‘스파이더맨 4’는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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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홍 CJ 4D플렉스 PD

정면 스크린·좌우 벽면 270도 포맷
“기존과 다르게 제작진과 장면 설계”
할리우드 스튜디오들과 협업 확대

SCREENX(스크린X)의 작법이 바뀌었다. 그동안 스크린X는 영화 촬영이 끝난 뒤 본편 영상과 VFX(시각효과) 에셋을 바탕으로 좌우 화면을 추가 제작하는 방식이었다. 완성된 영화에 새로운 시야를 추가하는 후반 작업 성격이었다.

지난 7월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4D플렉스 본사 내 ‘스파이더 맨: 브랜드 뉴 데이’ 미디어월 앞에서 포즈를 취한 문수홍 PD. 이규희 기자
지난 7월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4D플렉스 본사 내 ‘스파이더 맨: 브랜드 뉴 데이’ 미디어월 앞에서 포즈를 취한 문수홍 PD. 이규희 기자

하지만 지난달 29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제작 방식부터 달랐다. 촬영 전 단계부터 스크린X 구현을 고려했고, CJ 4D플렉스 PD들이 영국 촬영 현장으로 날아가 좌우 확장 화면에 필요한 영상을 직접 촬영했다. 한국 특별관 기술이 할리우드 영화 제작 공정에 본격적으로 침투한 첫 사례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4D플렉스 본사에서 만난 문수홍(32) PD는 “기존 할리우드 영화를 작업할 때는 필요한 소스를 받아 스크린X 콘텐츠를 만들었다”며 “이번에는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어떤 장면을 어떻게 확장할지 제작진과 함께 설계했다”고 말했다.

 

문 PD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CJ 4D플렉스 60여명의 VFX(시각효과)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하며 마블 스튜디오·소니 픽쳐스와 아티스트들 간 가교 역할을 했다. 수십 테라바이트(TB) 규모 원본 데이터와 VFX 에셋을 바탕으로 스크린X용 확장 화면 제작을 총괄하고, 할리우드 제작진이 의도한 장면의 방향성과 스크린X 구현 방식이 어긋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이었다.

 

스크린X는 정면 스크린에 좌우 벽면을 더해 270도 파노라마 영상을 구현하는 특별관 포맷이다. 지난해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는 천장까지 활용하는 4면 스크린X관이 세계 최초로 들어섰다. CJ 4D플렉스는 ‘보헤미안 랩소디’(2018), ‘탑건: 매버릭’(2022), ‘아바타: 물의 길’(2022) 등 다양한 작품을 스크린X 버전으로 선보이며 기술력을 쌓아왔다. 

‘스파이더맨 4’에서는 촬영 단계부터 스크린X 제작에 필요한 영상을 확보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PD들이 지난해 영국 로케이션 현장에서 별도 영상을 촬영했고, 이를 바탕으로 웹스윙과 고공 활강, 뉴욕 도심 액션 장면을 3면과 4면 화면에 맞게 확장했다.

 

문 PD는 “스크린X는 양옆 공간까지 보여줘야 하므로 영화 본편과 필요한 정보가 다르다”며 “화면 양옆을 어떻게 구성할지 미리 고민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촬영 단계에서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이 기존 작업과 큰 차이였다”고 말했다.

 

특히 스파이더맨과 닌자 집단 ‘핸드’의 액션 장면은 현장 촬영 데이터가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양옆과 위아래까지, 필요한 장면을 현장에서 직접 확보했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 구현하기 어려웠던 수준의 스크린X 화면을 만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관객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CGV에 따르면 ‘스파이더맨 4’는 개봉 전 스크린X 사전 예매량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개봉 닷새 만에 누적 관객 338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일부 스크린X 상영관은 매진 행렬을 보일 만큼 관람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 특별관 기술이 할리우드 주요 스튜디오와 함께 영화를 설계하는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루아침에 거둔 성과는 아니다. 2021년 CJ 4D플렉스에 합류한 문 PD는 “입사 초기만 해도 할리우드 제작사에 스크린X 작업을 맡겨 달라고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었다”며 “가장 큰 장벽은 보안이었다. 미공개 영화 데이터를 한국으로 보내는 것 자체가 제작사에 큰 부담이었다”고 전했다.

 

시리즈 전작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을 비롯한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신뢰를 쌓았고, 이제는 메이저 배급사들과 어떤 장면을 어떻게 보여줄지 제작 단계부터 함께 논의하는 관계로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문 PD는 “‘스파이더맨 4’는 시작일 뿐, 촬영부터 스크린X 구현을 염두에 둔 할리우드 작품 3편이 이미 촬영을 마쳤거나 후반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밝혔다. 

‘스파이더 맨ㅣ 브랜드 뉴 데이’ 스틸컷. 소니 픽쳐스 제공
‘스파이더 맨ㅣ 브랜드 뉴 데이’ 스틸컷. 소니 픽쳐스 제공

현재 스크린X상영관은 전 세계 51개국 480개로, 2020년 320개에서 매년 증가 추세다. 문 PD는 스크린X의 미래가 액션 블록버스터 같은 특정 장르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크린X는 광활한 공간감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인 기술이지만 곱은 공간에서도 강점을 발휘한다”며 “밀폐 공간의 좌우와 위아래를 정교하게 구현하면, 관객에게 마치 그 공간에 직접 들어가 인물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듯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크린X는 광활한 공간감을 표현하는 기술이지만, 반대로 밀폐된 공간의 좌우와 위아래를 정교하게 구현하면 관객이 마치 그 공간에 들어가 인물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듯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장르와 관계없이 극장에서 개봉하는 모든 영화를 스크린X로 공급하는 게 목표”라며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콘텐츠를 공급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