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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새 유엔 수장에 피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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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사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임기가 겹치지 않아 다행’이란 취지의 말을 했다는 전언에 웃음을 터뜨린 기억이 있다. 반 전 총장은 2016년 12월31일을 끝으로 유엔을 떠났고, 트럼프는 그 뒤 2017년 1월20일 백악관 주인이 됐다. ‘미국 우선주의’의 기치 아래 모든 국제기구를 무시하는 트럼프와 상대하는 것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현 유엔 사무총장 몫이 됐다. 반 전 총장 입장에선 후임인 구테흐스의 처지를 딱하게 여길 법도 하다.

유엔은 회원국들이 내는 분담금으로 운영된다. 경제 규모가 세계 1위인 미국은 그간 유엔 재정 운영에 가장 큰 기여를 해왔다. 하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은 유엔을 위한 비용 지출을 대폭 삭감했다. 유엔으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받는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 나라들 상당수가 반미 성향인 점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유엔의 ‘돈줄’이 서서히 말라가는 가운데 구테흐스가 독일·일본 등의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구테흐스 뒤를 이어 2027년 1월1일 임기를 시작할 새 유엔 사무총장을 뽑기 위한 선거전이 본격화했다. 사무총장 선출에서 유엔은 ‘아프리카→아시아→유럽→중남미·카리브’라는 지역별 안배 관행을 지켜 왔다. 포르투갈 총리를 지낸 구테흐스 이후로는 중남미·카리브 국가 중에서 사무총장이 배출됨이 옳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현실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새다. 요즘 미 언론은 트럼프가 스위스 국적의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회장을 새 유엔 수장으로 적극 추천하려 한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2025년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던 인판티노는 자신의 주장이 먹혀들지 않자 느닷없이 ‘피파 평화상’을 제정한 뒤 초대 수상자로 트럼프를 선정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비신사적 행위로 퇴장을 당한 미국 대표팀 선수는 트럼프의 요청과 이를 받아들인 인판티노의 도움 덕분에 16강전에 뛰었지만, 벨기에의 ‘참교육’으로 8강 진출이 좌절됐다. 트럼프와 인판티노가 꿈꾸는 세상은 대체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