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차 노동감독관 A씨는 임금체불과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조사하면서 민원인으로부터 그간 5번의 형사 고소를 당했다. 직무유기 혐의였는데, 5번 모두 무혐의로 종결됐다. A씨는 “피소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일상이고, 전화를 끊지 않는 반복 민원도 일상적”이라고 3일 토로했다.
A씨와 같은 공무원을 위해 고용노동부가 중앙 부처 최초로 직원 보호를 위한 훈령을 마련했다. ‘민원 응대 권장 시간 20분 이내’ 등을 명문화해 특이민원에 몸살을 앓는 노동부 직원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노동부가 1일 행정예고한 ‘고용노동부 민원 처리 담당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규정 제정(안)’에는 민원인의 폭언·폭행 등으로부터 담당자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필요 사항이 담겼다. 시행은 다음 달 1일부터다.
중앙부처가 직원 보호를 위한 훈령을 제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부는 “그간 노력에도 특이민원이 지속 발생하고 있고, 신규 직원 비중이 높아져 직원을 보호할 필요성이 늘고 있다”며 “대다수가 민원 업무에 종사하는 부처 특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특이민원은 폭언·폭행 등 위법행위 또는 공무방해행위가 수반되는 민원(정당한 사유 없는 반복 민원 등)을 뜻한다.
제정안은 면담 권장 시간과 종결 규정을 담고 있다. 1회당 권장 시간은 20분 이내이며, 정당한 이유 없이 전화나 면담이 지속하면 종결 5분 전 미리 안내하고 20분이 넘을 때 종결 처리할 수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방청과 지청에 ‘30분 이상 장기화할 시 종료’ 등 내부 매뉴얼만 있었는데 이를 명문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조직도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노동부 본부 민원운영팀에 ‘특이민원 직원보호반’을 두도록 하고, 소속기관에 ‘전담대응팀’을 마련토록 했다. 현재도 노동부 민원운영팀 내에 특이민원 직원보호반이 있는데 해당 조직이 법적 근거를 갖고 유지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외에 장관과 본부 각 실, 국장은 민원 처리 담당자에 대한 특이민원 예방 및 대응을 위해 제도개선 방안을 적극 검토·시행하도록 했다.
노동부는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이 많기로 유명한 부처다. 일선 지방청과 지청에서 일하는 노동감독관은 특별사법경찰관 신분이지만, 임금체불 등 각종 조사에서 잦은 민원을 받기 일쑤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노동부에 접수된 민원 건수는 1억1844만건에 달한다. 민원인으로부터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으로 피소된 건수는 같은 기간 419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5월에는 19년 차 노동감독관이 업무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 사건 이후 “민원인 폭언 등이 반복될 경우 감독관의 ‘조사중지권’ 발동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3월12일 시행된 법왜곡죄도 특사경인 노동감독관의 심적, 법적 부담을 늘리는 요인이다. 법왜곡죄는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법을 왜곡해 적용하거나 적용하지 않은 경우 처벌하도록 한 제도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징역 10년과 10년의 자격정지가 선고될 수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왜곡죄로 피소를 우려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법률 대응 지원 등으로 직원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