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15년 만에 엔화 약세 저지를 위한 시장 개입을 공식 인정하고, 추가 개입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엔화 가치가 약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과도한 약세를 저지해야 한다는 데 양국 이해가 일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엑스(X)에 “엔화의 상당한 저평가를 시정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단호한 시장 및 통화 정책 조치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추가적인 공동 개입 참여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엔화 약세를 저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취재진에게 “우리는 언제나 일본을 위해 존재한다”며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해 미국이 시장에 개입했다고 인정했다.
일본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도 3일 담화문에서 지난달 31일 엔화 매수 개입을 실시했다고 밝히면서 “앞으로의 추가 공동 개입에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급격하게 엔화가 강세를 보이자 주요 7개국(G7)의 합의에 따라 실시한 이후 15년 만이다. 당시에는 엔화를 팔고 달러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개입이 이뤄졌다. 미국과 일본이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엔화를 공동 매수한 것은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8년 만이다.
미국의 이례적인 시장 개입 인정의 배경에는 엔화 약세가 자국 국채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달러당 엔화 환율은 지난달 말 약 40년 만의 최저 수준인 164엔을 기록했다. 일본 당국이 엔화를 사는 데 필요한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시장에 내놓으면 국채 가격이 내려가고 미국 장기금리가 오를 수 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미국 정부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와 돈을 빌린 기업의 이자 부담도 커진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피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베선트 장관은 일본이 미국 국채를 시장에 팔지 않고 담보로 맡긴 뒤 달러를 빌릴 수 있는 제도인 외국통화당국(FIMA) 대상 레포 기구(Repo Facility)의 확대도 제안했다.
엔화 약세가 미국 기업에 불리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자동차와 기계 등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져 미국 제품과의 경쟁에서 유리해진다.
미·일의 개입 인정 이후 달러당 엔 환율은 155엔대까지 떨어졌다.
시장은 엔·달러 환율이 원·달러 환율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일단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8원 오른 1429.8원을 나타냈다.
향후 원·달러 환율도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엔화 가치 회복이 원화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엔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저금리인 엔화를 빌려 미국 등 다른 국가의 수익률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 증시의 외국인 자금 유출이 나타날 수 있어 경계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