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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수 330만 모은 ‘스파이더맨’의 비밀…영화 속 설정으로 살펴본 실제 거미

웹스윙으로 4㎞ 상공 날아오르는 거미의 ‘벌루닝’
토니 스타크·메이 숙모 떠난 후… 거꾸로 매달려 맞이한 진짜 ‘탈피’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에서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이용해 허공을 가르고 있다. 배급사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에서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이용해 허공을 가르고 있다. 배급사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스파이더맨4)’가 누적관객 수 33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영화 속 초능력에 관한 연출이 실제 거미의 생태적 특징과 맞닿아 있어 관심을 끈다. 벽을 자유자재로 오르는 능력부터 하늘을 가르는 ‘웹스윙’, 이번 작품의 핵심 소재이자 주인공의 성장을 상징하는 ‘탈피’까지 영화 속 명장면에 담긴 거미의 습성을 짚어봤다.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에서 ‘피터 파커’가 거미의 능력을 얻고 천장에 매달려 있다. 유튜브 채널 ‘Sony Pictures Entertainment’ 캡처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에서 ‘피터 파커’가 거미의 능력을 얻고 천장에 매달려 있다. 유튜브 채널 ‘Sony Pictures Entertainment’ 캡처

 

◆ 다리 끝 수천개의 털로 벽에 붙어있는 거미

 

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스파이더맨4는 지난달 29일 개봉 후 닷새 만에 누적관객 수 338만4152명을 기록했다. 

 

영화 ‘스파이더맨’은 주인공 피터 파커(톰 홀랜드 분)가 방사능에 피폭된 거미에게 물려 유전자가 변이돼 거미와 같은 초능력을 얻게 된다는 설정을 담고 있다. 스파이더맨과 마찬가지로 독거미는 가파른 수직 벽이나 천장에서도 떨어지지 않고 자유자재로 이동한다. 비결은 다리 끝에 돋아난 수천개의 미세한 털에 있다. 아주 짧고 뻣뻣한 이 털들은 단백질과 다당류인 키틴 성분으로 이뤄져 있으며 물체에 잘 달라붙는 점착성을 지니고 있다.

 

독일 헬름홀츠협회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거미 다리에 있는 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한 접촉판은 거미가 달리거나 기어오를 때 엄청난 힘을 받는다”며 “이러한 접착 구조는 강한 장력을 쉽게 견뎌낸다”고 분석했다.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에서 스파이더맨의 손목에서 거미줄이 나오고 있다. 유튜브 채널 ‘Sony Pictures Entertainment’ 캡처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에서 스파이더맨의 손목에서 거미줄이 나오고 있다. 유튜브 채널 ‘Sony Pictures Entertainment’ 캡처

 

◆ 스파이더맨 ‘웹스윙’의 현실 버전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은 체내에 거미 DNA 비중이 커져 외형에 뚜렷한 변화를 겪는다. 거미줄이 손목에서 나오는 특징이 대표적인 예시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에서 토비 맥과이어가 연기한 스파이더맨은 손목 외 다른 신체 부위에서는 거미줄이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거미줄은 거미의 항문 주변에 실을 뽑아내는 ‘방적돌기’라는 기관에서 나온다. 이 기관을 통해 거미의 몸 안에 있는 단백질들이 나오는 순간 공기와 닿아 굳어져 단단한 거미줄이 된다. 

 

영화 스파이더맨의 명장면인 ‘웹스윙’은 현실에서도 존재한다. 대부분의 거미는 독립생활을 하는 포식자인 만큼 생존과 먹이 경쟁을 위해 서로 멀리 퍼지는 것이 유리하다. 이로 인해 거미는 꽁무니를 공중으로 치켜들고 가장 가볍고 가느다란 거미줄을 여러 가닥 뿜어낸다. 바람과 정전기장의 영향으로 거미줄이 위로 치솟으면 거미는 마치 패러글라이딩하듯 공중에 떠올라 이동할 수 있다. 이는 끈 달린 풍선을 놓쳤을 때 날아가는 모습과 비슷해 ‘벌루닝(ballooning)’이라고도 부른다.

 

박이항·서정화 미국 네브라스카대 거미행동생태연구실 연구원은 2025년 발간한 저서 ‘거미, 여덟 다리의 생존학: 사냥법, 대화법, 성 선택, 성 갈등’을 통해 “새끼 거미는 목적지를 마음대로 정하긴 어렵지만, 거미줄을 타고 100㎞ 이상도 이동할 수 있다”며 “4㎞ 상공에서 발견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에서 ‘피터 파커’가 거미줄로 만든 침낭 안에서 나오고 있다. 유튜브 채널 ‘Marvel Entertainment’ 캡처 및 배급사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에서 ‘피터 파커’가 거미줄로 만든 침낭 안에서 나오고 있다. 유튜브 채널 ‘Marvel Entertainment’ 캡처 및 배급사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 거미 생애주기의 비밀…취약한 순간 견뎌내는 거미줄의 역할 

 

‘스파이더맨4’에서 내레이션은 “거미는 세 번의 생애주기를 거친다”며 “주기 사이에는 위협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내레이션에 기술된 바와 같이 거미의 생애주기는 알과 유충, 성체의 세 단계를 거친다. 거미는 종마다 횟수에 차이는 있지만, 일정 시기가 되면 반드시 탈피 과정을 거치게 된다. 탈피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간단한 줄을 치고 매달려서 탈피하는 방식과 집 안이나 편평한 곳에서 옆으로 누워 벗는 방식이다.

 

탈피는 거미의 일생에서 반복해 찾아오는 위험한 순간이다. 허물을 벗는 동안에는 움직일 수 없고 탈피를 통해 새로 갖춘 외골격도 몸이 마르기 전까지는 젤리처럼 연약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제각기 정해진 자세를 취해야만 무사히 탈피를 마칠 수 있다. 

 

거미줄은 이런 탈피 과정을 안전하게 돕는 역할을 한다. 대다수의 거미는 탈피 전 거미줄로 침낭을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간다. 이어 입구를 거미줄로 막은 뒤 본격적인 탈피에 나선다. 이때 공중에서 거미줄을 치는 거미들은 하늘을 향해 누운 자세로 몸을 고정하고 탈피한다. 중력을 이용해 체력을 덜 쓰며 몸을 아래쪽으로 수월하게 빠져나오기 위해서다.

 

앞서 다른 마블 영화에서 피터는 정신적 지주였던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와 ‘메이 숙모(마리사 토메이 분)’를 차례로 떠나보내고 소중한 친구들의 기억 속에서조차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린다. 이번 작품에서 고독한 성년기를 맞이한 피터가 벽에 거꾸로 매달려 거미줄로 만든 침낭 형태 안에서 깨어난 장면은 실제 거미의 탈피 동작에서 착안한 연출로 볼 수 있다. 

 

한편 거미는 전 세계적으로 약 5만종, 국내에는 800여 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미는 종종 곤충으로 오해받지만, 실제로는 절지동물문 거미강에 속한다. 곤충은 몸이 머리·가슴·배 3부분으로 나뉘고 다리가 세 쌍이나 거미는 머리와 결합된 가슴·배 2부분으로 구분되며 다리가 네 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