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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칭 폭탄’에 갇힌 지방 재정…주민 삶의 질 사업마저 멈춰 선다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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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복지비 비중 47.25%…국비 매칭 탓 자체 재량 예산 ‘고사’
기준중위소득 6.7% 역대 최대 인상…지자체 매칭 부담 수백억 급증
가족돌봄수당·기후소득·지역화폐 중단…교통·문화·교육 인프라 후퇴
시민단체 “기준 중위소득은 숫자 놀음 불과”…매년 실제 격차 벌어져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곳간이 빠른 속도로 바닥을 드러내면서 곳곳에서 자체 복지 사업이 잇따라 중단·축소되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세수가 급감한 가운데 정부 사업의 ‘의무 매칭 예산’ 폭증은 또 다른 부담이다. 물가 상승에 따른 재정 부담까지 겹치면서 도로·교통·교육 등 다양한 투자사업도 영향을 받고 있다. 

 

경기도 광교 청사
경기도 광교 청사

◆‘복지 비대화’와 ‘매칭 폭탄’의 이중고

 

지자체 재정 부담의 요인 중 하나는 국고보조금 확대에 따른 지방비 매칭 부담이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 본예산 가운데 사회복지 비중은 47.3%(18조8316억원)로 서울시(37.6%)를 크게 웃돌았다. 서울시의 재정자립도(74.0%)보다 뒤처지는 경기도(54.4%)가 국비 사업 증가에 따른 도비 매칭 부담 확대로만 약 7500억원의 재정 압박을 받았다.

 

여기에 정부가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을 역대 최대 폭인 6.7%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재정 비상은 전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국비 사업에는 도비 7%, 시·군비 13%가 각각 매칭되는데, 경기도의 경우 올해에만 관련 4대 급여 예산이 전년 대비 589억원 늘어난 5079억원에 달했다. 내년에는 인상 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인천시청
인천시청

인천시에선 최근 10년간 복지 예산이 1조6000억원에서 6조3000억원으로 256%나 폭증했다. 생계·주거·의료·교육급여 등 법정 의무 매칭 지출이 수백억원 이상 늘면서 지자체의 재정 자율성도 고사 직전에 몰렸다.

 

복지 지출의 경직성은 도민의 삶의 질과 직결된 주요 인프라 예산을 축소하고 있다. 경기도의 교통·물류 예산 비중은 6.5%로 서울시(12.9%)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문화·관광, 교육 분야의 비중도 일제히 하락했다. 7조8000억원 규모의 부채를 안은 경기도는 9월 ‘감액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까지 예고한 상태다.

 

◆교통·교육 인프라 고사…‘소확행 복지’마저 칼질

 

지방정부의 곳간이 비어가자 자체 주민 체감형 사업이 가장 먼저 칼바람을 맞고 있다. 경기도에선 예산 소진으로 하남·의왕시가 월 30만∼60만원 수준인 ‘가족돌봄수당’ 지원 중단을 통보했다. 도의 대표 탄소중립 사업인 ‘기후행동 기회소득’의 리워드 지급도 사실상 종료됐다.

 

‘간병 SOS 프로젝트’(하루 평균 12만7000원 간병비 지원)는 첫해 집행률(55.2%)이 낮다는 이유로 감액 검토 대상에 올랐다. 이에 경기도의회에선 “취약계층의 최소한 권리인 복지 예산을 깎아서는 안 된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도의회 야당 역시 도의 재정혁신 태스크포스(TF)에 세출 구조조정의 객관적 기준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전시청
대전시청

인천시는 할인 혜택을 주는 ‘인천e음’ 캐시백과 섬 지역 여객선 운임 지원을 중단했다. 대전시 역시 결혼장려금과 노인 무임교통 사업을 대폭 깎기로 했다.

 

부산 기초지자체들도 세수 감소와 복지 지출 증가가 겹치며 잇따라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올해 260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 사하구는 최근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재정안정화 TF를 구성했다. 남구도 내년 약 460억원의 재원 부족을 예상하며 구청장이 ‘재정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울산 동구 역시 정부로부터 받은 인센티브를 구 재정에 투입할 만큼 사정이 좋지 않다.

 

일선 지자체에선 중앙정부 중심의 일률적 매칭 예산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민선 9기 들어 재정 정상화와 공약 이행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며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정부 사업에 대한 안정적 재정 확보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대 최고 인상”…실제 소득 격차 29% ‘복지 착시’

 

이처럼 정부가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역대 최고치인 6.7% 인상했다고 발표했지만,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에선 빈곤층의 현실을 가리는 ‘통계적 착시’라는 비판이 나온다.

 

빈곤사회연대 관계자는 “정부의 자화자찬과 달리 실제 중위소득과 복지 기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 실제 중위소득과 정책 기준 중위소득의 차이가 2018년 12%에서 올해 29%까지 확대됐다는 이유에서다. 인상률 수치는 올랐지만, 실제 소득 상승을 따라가지 못해 복지 사각지대가 오히려 넓어지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결정 방식의 폐쇄성도 문제로 꼽힌다. 복지 기준을 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회의록과 속기록을 공개하지 않아 기획재정부의 예산 논리에 주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작 정책 당사자인 수급자의 참여는 철저히 배제돼 있다는 게 해당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이에 정부의 숫자 놀음에 휘둘리지 말고, 80만 가구가 복지망 밖으로 밀려난 빈곤의 실질적 사각지대를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