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을 팔지, 직접 들어가서 살지를 두고 고민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당장 매물이 쏟아지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실거주 전환과 매도 여부를 저울질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전월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전날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방향의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세를 놓고 고가 주택을 보유해온 강남권 집주인들로부터 매도와 실거주 전환을 둘러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래미안대치팰리스 등 고가 단지들이 포진한 강남구 대치동에서는 세제개편안 발표를 계기로 비거주 1주택자의 매도 고민이 한층 깊어진 분위기다.
대치동의 A 공인중개사는 "세제 개편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올해 안에 팔아야 하나 고민하던 집주인들이 개편안 발표 이후 본격적으로 매도를 검토하고 있다"며 "매도 계획이 있었던 사람들은 시기를 앞당기고, 일부는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B 공인중개사도 "개편안 발표 이후 어젯밤 일부 매도 문의가 들어오는 등 집을 팔 계획이 있는 분들이 있다"며 "올해 임대차 계약 만기가 되는 이들 중 실거주하려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반포자이 등 강남권 대표 고가 단지가 있는 서초구 반포동에서도 당장 매도에 나서지는 않으나 실거주 전환을 고민하는 비거주 1주택자가 늘어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거주 여부에 따라 종부세가 달라지니 세를 놓았던 집에 들어오려는 집주인들이 있다"며 "기준이 언제인지, 자신이 입주하려는 시기에 따라 종부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을 문의해 왔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으로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게 되는 고령층 가운데서는 개편안이 본격 시행되기에 앞서 세제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을 때 주택 처분을 시도하는 이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집값이 많이 오른 만큼 중년층 이상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집을 팔고 외곽으로 이동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양도소득세 보유공제 축소를 우려해 세제 혜택이 남아 있을 때 정리하려는 사람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공인중개사는 "다만 매수세가 거의 없어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며 "매도를 고민하는 고령 집주인들도 가격이 내려갈까 불안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초·강남구보다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평가받는 송파구 잠실 일대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다. 재건축 신축 단지가 많은 만큼 당장 매도에 나서기보다 시점을 저울질하는 집주인이 적지 않아 시장이 크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현장 전언이다.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직 시장 반응이 빠르게 나타나지는 않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완화가 적용되는 내년까지 일부 매물이 나올 수 있겠지만 신축 단지가 많은 만큼 움직임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남 핵심지역보다 가격대가 낮은 마포구 등 한강벨트 일부 지역은 이번 세제 개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 비교적 조용한 모습이다.
마포프레스티지자이 등이 들어선 마포구 염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없다"며 "1주택자는 고가 주택에 해당하지 않으니 계속 보유하려고 하고, 2주택 이상은 양도세 부담 때문에 매도에 나서기 어려워 매물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세제 개편에 대응하는 임대인들의 실거주 전환 움직임이 전월세 물량 감소로 이어지고, 임대인들이 보유세 부담 증가분을 전월세에 전가하는 등 임대차 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실거주를 장려하는 정책이 이어지면 전월세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비거주를 유지하는 집주인은 세금 인상분을 전월세 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전월세 물량이 줄고 임차인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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