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 폭염특보인 폭염중대경보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넘어온 건 대기 하층 바람 방향이 이번 주부터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경남 내륙 중심으로 발령됐던 폭염중대경보가 4일 기준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전북·광주 일부 지역 등 백두대간 서쪽 지역에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남 보성·여수·광양은 이날 기준으로 나흘째 폭염중대경보가 발효 중이다. 전남 순천·곡성남부, 광주(동부)는 이틀째,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전남 장성·곡성북부, 전북 전주는 이날 처음으로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됐다. 지난주 경남 양산 한낮 기온이 기상관측 사상 초유 기록인 42.5도를 찍는 등 경남 내륙 곳곳에 발령됐던 폭염중대경보는 현재 해제된 상태다.
현재 한반도 상공을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고온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이 ‘두 겹 이불’처럼 덮고 있는 와중에 이번 주부터 바람 방향이 바뀌어 동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백두대간 서쪽에 있는 수도권과 전라권이 ‘푄현상’의 영향권에 든 상황이다. 푄현상은 바람이 산을 타고 넘으면서 한층 뜨겁고 건조해지는 현상이다.
폭염중대경보는 폭염경보로도 경각심을 충분히 줄 수 없는 극한더위를 경고하고자 올여름 처음 도입됐다. 올해 첫 폭염중대경보는 지난달 12일 경북 경산·포항 발령 사례였다.
이날 폭염중대경보 발효 지역에선 한낮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곳도 나왔다. 오후 3시 기준으로 광주 조선대가 39.6도, 전북 전주(완산) 39.0도, 서울 구로구 39.0도 등을 기록한 것이다.
비공식 기록이지만 경기 양주(백석읍)에서는 한낮 기온이 40.4도를 넘기도 했다. 이 지역은 현재 폭염중대경보보다 한 단계 낮은 폭염경보가 발효 중이다.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낮에 오른 기온이 밤에 충분히 식지 않아 열대야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1일부터 이달 3일까지 열대야일수는 11.4일로 역대 최고를 기록 중이다.
서울 같은 경우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6시 사이 최저기온이 28.9도, 인천은 28.2도 등을 기록했다. 충북 청주도 28.1도, 광주 28.2도, 경남 양산 28.6도, 부산 28.2도, 제주 서귀포 29.1도 등으로 전국이 열대야에 시달리는 중이다.
전국 곳곳에서 인명·재산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충남 당진에서는 밭일하던 70대 노인이 숨졌다. 3일 오후 7시40분쯤 충남 당진시 신평면 부수리 한 고추밭에서 A(70대)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소방 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농작업을 하던 A씨가 집에 귀가하지 않자 가족이 찾아 나서 밭에서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폭염 속에서 농작업을 하다가 온열 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당진의 최고기온은 35.1도, 최고 체감 온도는 35.5도였다.
온열질환자는 2000명을 넘어섰다. 4일 폭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일 기준 누적 온열질환자는 2025명,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16명이다. 2일 하루 동안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가 108명으로 집계됐고,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도 1명 발생했다.
가축과 양식어류 폐사도 늘고 있다. 3일까지 가축 49만3497마리와 양식어류 20만683마리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같은 날 하루에 가축 7919마리, 양식어류는 3만5487마리의 폐사 신고가 추가됐다. 어류 폐사 신고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6만5816마리)의 약 3배다.
행안부 관계자는 “올해 폭염이 극심해 수온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통계 산출 방식의 차이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지난해까지는 폐사가 확정된 어류 수를 기준으로 통계를 냈지만, 올해는 신고 기준으로 집계해 조금 많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피해가 빈발하지만 폭염은 좀체 누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요일인 5일 예상 낮 최고기온은 31∼38도로 예보됐다. 목요일인 6일도 예상 낮 최고기온이 29∼37도, 금요일인 7일도 耳0∼38도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이번 주말도 전국 예상 낮 최고기온이 37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