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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짝 마른 ‘유럽 젖줄’… 루마니아, 물길 내려 암반 폭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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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가뭄에 경제도 타격 우려

라인강 최저 수위에 獨 물류 꽁꽁
화물선 적재량 평소의 20%로 ↓
3분기 GDP 성장률 축소 전망도

다뉴브강 경유 10개국 ‘전력 대란’
원전 돌리려 냉각수 확보 사활
헝가리·세르비아, 발전량 급락

유럽 전역에 이어진 폭염으로 라인강, 다뉴브강 등 주요 강이 메말라가고 있다. 유럽 내에서 전력생산이나 물류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이들 강줄기가 바닥을 보이면서 경제적 피해가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뭄으로 인해 루마니아 라소바를 지나는 다뉴브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3일(현지시간) 배 한 척이 운항하지 못하고 모래밭 위에 걸쳐 있다. 라소바=AP연합뉴스
가뭄으로 인해 루마니아 라소바를 지나는 다뉴브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3일(현지시간) 배 한 척이 운항하지 못하고 모래밭 위에 걸쳐 있다. 라소바=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최근 독일 서부 쾰른과 네덜란드 로비트에서 측정된 라인강 수위는 관측 이래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 10개국을 흐르는 다뉴브강 등도 메말라가고 있다. 독일 저수위정보시스템(NIWIS)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라인강 측정소의 44%, 다뉴브강 측정소의 78%에서 심각한 수준의 저수위가 나타났다. 다뉴브강에서는 수위 저하로 강물에 잠겨 있던 2차 세계대전 당시 투하된 폭탄과 매머드 유해가 드러났고, 불가리아에서는 선사시대 유골이 강바닥에서 발견됐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라인강의 수량이 감소하며 선박 운항에 차질을 빚게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라인강은 유럽에서 가장 붐비는 수로로, 유럽 운송의 대동맥 역할을 한다. 라인강 중류에 위치한 독일 카우프해협은 지난달 31일 항해 가능 수심이 25㎝로 201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곳은 라인강 물류와 수위 판단의 기준점으로, 강이 좁아지고 얕아지는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유럽 내 대표적인 물류 병목 현상이 일어나는 지점이다. 카우프해협의 수위가 얕아지면 내륙 수운에 심각한 제약을 초래하게 된다.

독일 해운 당국 관계자는 “선박 운항이 완전히 중단될 가능성은 작지만, 화물을 여러 선박에 분산시켜 무게를 줄이는 등의 예방조치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는 운송 비용 증가와 공급 병목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라인강 수심 저하로 화물선 적재량이 평소의 20%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독일 철강업체 티센크루프는 지난달부터 라인강을 통한 원자재 운송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는 라인강 가뭄으로 올해 3분기 독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뉴브강이 흐르는 루마니아, 헝가리, 세르비아 등지에서는 전력 공급 차질이 본격화했다. 원자로를 식힐 냉각수가 부족해져 원전 가동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루마니아는 이날 원자로 냉각수 확보를 위해 다뉴브강 암반을 폭파해 물길을 바꿨다. 폭약 180㎏을 사용해 임시 댐을 만들어 가뭄으로 가동이 일부 중단된 체르나보더 원전에 더 많은 물을 보내기 위해서다. 체르나보더 원전은 원자로 2기 중 1기가 정지한 상태로, 원전 출력도 평소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루마니아는 원전의 전력 생산량 감소로 8월 한 달간 전력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라두 미루차 루마니아 국방부 장관은 “발전소가 하루라도 가동되면 이번 작전 비용보다 세 배나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솟구치는 물기둥 3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이즈보아렐레에서 루마니아 해군이 다뉴브강의 물길을 바꾸기 위해 암반을 폭파하면서 물기둥이 솟아오르고 있다. 이번 작업은 다뉴브강 유량 감소로 인한 냉각수 부족으로 루마니아 체르나보더 원전 원자로 1기 가동이 중단되자 원자로에 더 많은 물을 보내기 위한 것이다.이즈보아렐레=로이터연합뉴스
솟구치는 물기둥 3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이즈보아렐레에서 루마니아 해군이 다뉴브강의 물길을 바꾸기 위해 암반을 폭파하면서 물기둥이 솟아오르고 있다. 이번 작업은 다뉴브강 유량 감소로 인한 냉각수 부족으로 루마니아 체르나보더 원전 원자로 1기 가동이 중단되자 원자로에 더 많은 물을 보내기 위한 것이다.이즈보아렐레=로이터연합뉴스

헝가리의 유일한 원자력발전소인 팍스 원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원전은 평소 헝가리 전력의 40%가량을 생산하는데, 최근 원자로 냉각수 부족 탓에 전력생산량은 10% 수준으로 발전량이 감소했다. 헝가리 정부는 원전이 이날 완전 가동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업과 가구의 전력 절감으로 가동 중단을 하루에서 이틀 더 늦출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세르비아에서는 주요 수력발전소가 용량의 20%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고, 물 부족으로 냉각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지면서 석탄화력발전소 발전량도 줄였다. 세르비아 정부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극심한 가뭄은 폭염이 이어지는 데다 비마저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몇주 간 눈에 띄는 강우 예보가 없어 유럽의 주요 강 수위는 당분간 상승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BBC는 “폭염이 최소 일주일 더 지속할 것”이라며 “중부·남부 유럽 여러 국가에서 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