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탄생과 성장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하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서는 쉽게 입을 열지 못한다. 특히 가족이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면 누구나 한 번쯤은 어려운 고민과 마주하게 된다. “끝까지 모든 치료를 계속해야 할까?”, “환자가 너무 힘들어하는 것은 아닐까?”, “무엇이 환자를 위한 선택일까?”라는 질문들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연명의료, 호스피스, 완화의료 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이 개념들을 혼동하며 “치료를 포기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연명의료란 회생 가능성이 없고 회복이 불가능하며 임종이 임박한 환자에게 시행하는 치료 중,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의 시간만 연장하는 의료적 처치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이 포함된다. 즉 환자를 다시 건강한 상태로 회복시키기보다 생명을 기계적으로 유지하는 치료에 가깝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환자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어떤 치료를 받을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특히 건강할 때 미리 자신의 뜻을 남기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도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5월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약 338만 명을 넘어섰으며,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자는 약 19만 8000여명,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이행 건수는 약 51만 건에 이른다. 이는 삶의 마지막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연명의료결정을 ‘치료를 포기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연명의료를 중단한다고 해서 환자를 방치하거나 아무 치료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통증을 줄이고, 숨쉬기 편하도록 도우며, 불안과 고통을 완화하고, 가족과 마지막 시간을 함께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는 계속된다.
이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 완화의료다. 완화의료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나 중증 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의료를 의미한다. 통증 조절뿐 아니라 우울, 불안, 호흡곤란 같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함께 돌보는 것이 핵심이다.
호스피스는 완화의료 중에서도 보다 임종이 가까운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돌봄이다. 현재는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폐질환, 만성간경화 등의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다. 이는 환자와 가족이 남은 시간을 편안하고 존엄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의료 서비스이며, 통증 조절뿐 아니라 심리적·사회적·영적 지지까지 포함한다. 많은 사람들이 호스피스를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는 상태”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현장은 다르다. 환자가 가족과 대화를 나누고, 음악을 듣고, 식사를 하며 가능한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돌봄이 이루어진다.
최근에는 생애말기돌봄과 임종돌봄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되고 있다. 생애말기돌봄은 삶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환자와 가족이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선택에 따라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넓은 의미의 돌봄이며, 임종돌봄은 임종이 가까운 환자가 마지막 순간을 편안하고 존엄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의료를 의미한다.
결국 연명의료결정, 완화의료, 호스피스, 생애말기돌봄은 서로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 모두 환자의 존엄한 삶을 위한 과정이다.삶의 마지막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리고 그 순간은 환자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라 가족 모두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죽음을 준비한다기보다,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준비해야 한다. 어쩌면 연명의료결정과 호스피스는 죽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삶의 마지막까지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선택인지도 모른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