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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외출인데 에어컨 껐다고?”…전기료 더 나오는 ‘90분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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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터형 30분 뒤 재가동하자 전력 소비량 5% 늘어
60분 때도 2% 증가…‘90분 기준’은 환경 따라 달라
필터 방치 땐 3~5% 더 써…하반기 캐시백 기준 1%

“1시간 외출인데 에어컨 껐다고요?”

 

장을 보러 나가면서 습관처럼 에어컨부터 끈다. 전기료를 아끼려는 행동이지만 1시간 남짓 동네 마트에 다녀오는 짧은 외출이라면 오히려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인버터형 에어컨은 짧은 외출 때 전원을 껐다 다시 켜는 것보다 계속 가동하는 편이 전력 소비가 적을 수 있다. ‘90분’은 실험에서 나온 기준으로, 주거 환경과 제품 성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Pexels
인버터형 에어컨은 짧은 외출 때 전원을 껐다 다시 켜는 것보다 계속 가동하는 편이 전력 소비가 적을 수 있다. ‘90분’은 실험에서 나온 기준으로, 주거 환경과 제품 성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Pexels

에어컨이 인버터형인지 정속형인지에 따라 전기를 아끼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버터형은 짧은 외출 때 전원을 껐다 다시 켜는 것이 계속 가동하는 것보다 전력을 더 쓸 수 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30분 껐다 켰더니 전력 소비량 5%↑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연구진이 대한설비공학회 하계학술발표대회에서 발표한 실험 결과가 대표적이다.

 

연구진은 가정용 인버터 에어컨을 계속 가동했을 때와 외출하는 동안 전원을 껐다가 돌아와 다시 켰을 때의 전력 소비량을 비교했다.

 

30분 동안 껐다 재가동한 경우 전력 소비량은 연속 운전했을 때보다 5% 많았다. 60분 동안 껐다 켠 경우에도 2% 더 들어갔다.

 

결과가 뒤집힌 것은 외출 시간이 90분을 넘어서면서부터다. 이때부터는 계속 가동하는 것보다 에어컨을 끄고 외출한 뒤 다시 켜는 쪽의 전력 소비량이 적었다.

 

인버터형 에어컨의 작동 방식 때문이다. 실내가 희망 온도에 도달하면 압축기 회전수를 낮춰 필요한 만큼만 냉방한다. 에어컨을 끈 사이 실내 온도가 올라가면 재가동할 때 온도를 다시 떨어뜨리기 위해 높은 출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5%와 2%는 해당 실험에서 에어컨이 소비한 전력량의 차이다. 가정의 전체 전기요금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은 아니다.

 

‘90분’도 모든 가정에 똑같이 적용되는 절대 기준은 아니다. 방 크기와 단열 상태, 에어컨 용량, 실내외 온도 차 등에 따라 전력 소비가 역전되는 시점은 달라질 수 있다.

 

‘90분 이하 외출에는 무조건 켜둬야 한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핵심은 인버터형 에어컨을 사용하면서 잠깐 집을 비울 때마다 전원을 껐다 켜는 행동이 반드시 절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정속형이라면 운전법 달라

 

오래된 정속형 에어컨을 사용한다면 운전법이 달라진다. 정속형은 인버터형처럼 압축기 출력을 세밀하게 조절하지 못한다.

 

희망 온도에 도달하면 압축기를 멈췄다가 실내 온도가 다시 올라가면 가동하는 방식으로 온도를 맞춘다.

 

이 때문에 정속형은 불필요한 시간까지 계속 켜두기보다 충분히 냉방한 뒤 필요에 따라 전원을 끄는 편이 유리하다. 외출할 때도 인버터형의 ‘90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에어컨이 어떤 방식인지 모르겠다면 제품에 표시된 모델명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같은 시기에 인버터형과 정속형이 함께 판매될 수 있어 생산연도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렵다. 제조사 홈페이지나 고객센터에서 모델명을 조회하면 제품 사양을 확인할 수 있다.

 

◆필터 방치하면 소비전력 3~5% 늘어

 

냉방할 공간 자체를 줄이는 것도 전력 소비를 낮추는 방법이다. 사용하지 않는 방의 문을 닫으면 에어컨이 냉방해야 할 면적이 줄어든다. 같은 집이라도 열어둔 공간이 넓어질수록 에어컨이 처리해야 할 열의 양은 많아진다.

 

필터 청소 효과도 비교적 분명하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에어컨 필터를 청소하지 않으면 소비전력이 평균 3~5% 증가한다. 먼지가 쌓여 공기 흐름이 막히면 같은 온도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단은 약 2주에 한 번 필터를 청소할 것을 권고한다. 제품마다 필터 구조와 세척 방법이 다른 만큼 제조사 사용설명서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온도를 필요 이상 낮추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은 여름철 에너지 절약을 위한 적정 실내온도로 26도를 안내한다.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로 찬 공기를 순환시키면 설정온도를 과도하게 낮추지 않고도 체감온도를 낮출 수 있다.

 

◆하반기엔 1%만 아껴도 캐시백

 

아낀 전기는 올해 하반기 전기요금 혜택으로도 돌아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2026년 7월부터 12월 검침분까지 주택용 에너지캐시백 지급 기준이 한시적으로 완화됐다.

 

기존에는 직전 2개년 같은 달 평균 사용량보다 3% 이상 줄여야 캐시백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1% 이상만 절감해도 대상이 된다.

 

지급액도 늘었다. 절감률 구간에 따라 1kWh당 20~30원의 추가 지원금이 붙어 캐시백 지급 단가는 최대 120원까지 올라갔다. 제도 안내와 신청 방법은 통합 플랫폼 ‘슬기로운 전기생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버터형 에어컨은 짧은 외출 때 전원을 껐다 다시 켜는 것보다 계속 가동하는 편이 전력 소비가 적을 수 있다. 오른쪽은 외출 전 리모컨으로 에어컨을 끄는 모습. ChatGPT 생성 이미지
인버터형 에어컨은 짧은 외출 때 전원을 껐다 다시 켜는 것보다 계속 가동하는 편이 전력 소비가 적을 수 있다. 오른쪽은 외출 전 리모컨으로 에어컨을 끄는 모습. ChatGPT 생성 이미지

결국 냉방비를 줄이는 첫 단계는 무조건 전원 버튼부터 누르는 것이 아니다. 먼저 우리 집 에어컨이 인버터형인지 정속형인지 확인해야 한다.

 

인버터형을 사용하면서 한 시간 남짓 집을 비울 때마다 에어컨을 끄고 있지는 않은지, 사용하지 않는 방까지 함께 냉방하고 있지는 않은지, 먼지가 낀 필터를 그대로 두고 있지는 않은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기료를 아끼려고 누른 전원 버튼이 오히려 전력 소비를 늘릴 수 있다. 한여름 냉방비를 가르는 건 ‘끄느냐’보다 ‘언제 끄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