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쿠팡이 상반기에만 1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대규모 과징금이 반영된 데 이어 세무조사에 따른 추가 세금 부담과 인천 물류센터 화재 손실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하반기에도 수익성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회사는 비용 부담의 상당 부분이 일회성 요인인 데다 고객 복귀가 이어지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성장과 수익성이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상반기 영업적자 1조1천895억원…과징금 이어 세금·화재 변수도
쿠팡Inc가 4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은 5억5천600만달러(약 8천35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4천900만달러 흑자) 대비 적자 전환했다.
1분기 영업손실 2억4천200만달러(약 3천545억원)를 합치면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은 7억9천800만달러(약 1조1천895억원)에 달한다.
특히 2분기 적자는 월가 전망보다 20%가량 큰 규모로, 2021년 뉴욕증시 상장 이후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한 6천246억원 규모의 과징금이다. 여기에 고객 보상을 위한 이용권 지급 비용까지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비용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쿠팡은 이날 공시를 통해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 약 2억800만달러(약 3천억원)의 추가 세액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회사는 과세 처분에 불복해 이의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근 발생한 인천 물류센터 화재 손실도 3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된다. 회사는 재고자산과 고정자산, 판매자 재고 보상 등을 포함한 손실 규모를 약 2억4천600만달러(약 3천500억원)로 추산했다.
보험에 가입돼 있어 향후 보전이 가능하지만 실제 보험금 수령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추가적인 유무형의 손실이 추가될 수 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중인 최혜대우 요구 및 끼워팔기 의혹도 남아 있어 추가 과징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들 비용이 순차적으로 반영될 경우 올해 연간 실적 부담은 당초 예상보다 더 커져 연간으로는 최대 적자였던 2021년의 1조7천억원 영업손실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적자를 과거 대규모 물류 투자에 따른 '계획된 적자'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본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성장 투자를 위한 적자였다면 이번에는 대규모 과징금과 세금 등 외부 변수에 따른 비용이 실적을 끌어내린 측면이 크다"며 "하반기에도 일회성 비용이 이어지는 만큼 수익성 회복 속도는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고 말했다.
◇ '탈팡족' 복귀 흐름…와우 회원도 사고 이전 회복
쿠팡Inc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여파로 인한 '탈팡' 흐름이 멈추고 고객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데에 희망을 걸고 있다.
2분기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 고객(해당 기간 제품을 한 번이라도 산 고객) 수는 2천47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다. 지난 1분기 활성 고객 수(2천390만명)와 비교해서도 커졌다.
신규 고객도 유입되면서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전의 수준을 넘어섰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컨퍼런스콜에서 "가장 오래된 고객군 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점, 이후 유입된 고객군 지출이 곡선을 따라 상승해 더 높은 수준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 신규 고객군이 지속적으로 합류하는 점 등 3가지 추세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이커머스 업체가 탈팡 흐름 속에 할인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늘렸음에도 '로켓배송'을 중심으로 한 락인 효과가 소비자들에게 작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쿠팡의 이용자 규모도 여전히 경쟁사를 크게 앞선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달 쿠팡 앱 이용자 수는 3천356만9천594명으로 국내 1위였다. 이용자 수가 1천만명 미만인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와 큰 격차가 났다.
쿠팡도 계란 최저가 판매, 99원 생리대 출시, 웰컴쿠폰 발행 등 각종 프로모션을 늘리면서 프로덕트 커머스 분야 매출 총이익률이 한 해 전보다 2.1%포인트 하락한 30.5%를 나타낸 점도 눈에 띈다.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확대된 마케팅 및 프로모션 비용은 구조적 변화가 아닌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단기적인 전략적 투자"라며 향후 이러한 마케팅 비용을 정상화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다만 3분기에는 국세청 세금, 인천 석남동 물류센터 화재 손실이 반영될 전망이라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기는 어렵다.
추석 연휴가 지난해 4분기였던 것과 달리 올해는 3분기에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휴 기간에는 이커머스 거래액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쿠팡Inc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증가율을 고정 환율 기준 8∼9%로 예상했다. 이는 2분기(10%)보다 다소 낮은 수준으로, 회사도 하반기 회복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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