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한국농수산대학교의 교문을 나설 때 내 손에는 졸업장과 함께 ‘현장 전문가’라는 자부심이 들려 있었다. 자부심을 들고 선택한 첫 번째 현장은 거친 흙밭이 아닌, 첨단 설비가 가득한 농업회사법인 ‘머쉬앤’의 연구소였다. 이곳에서 버섯 균사체를 추출해 기후 위기에 대응할 ‘카카오 대체식품’을 개발하는 연구원으로 여전히 근무하고 있다.
농업 현장이라고 하면 흔히들 장화와 삽을 떠올리지만, 나에겐 하얀 가운과 파이펫이 가장 익숙한 농기구다. 균사체를 정밀하게 배양하고 특정 성분을 추출해 카카오의 풍미와 식감을 구현해내는 과정은 0.1mg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 이 실험실이라는 ‘현장’에서 미래의 식탁을 바꿀 고부가가치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사실 입사 초기에는 한농대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이론이나 실험 역량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주변의 편견 섞인 시선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실력으로 그 우려를 불식시켰다. 타 대학 농과대 졸업생들과 나란히 연구하며, 학교에서 몸소 익혔던 버섯 생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무 감각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 증명했다. 데이터 시트 속의 숫자보다 살아있는 균의 움직임을 먼저 읽어내는 감각은, 복잡한 대체식품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들을 해결하는 핵심 열쇠가 됐다.
카카오는 전 세계적으로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있는 귀한 자원이다. 이를 버섯 균사체로 대체하는 기술은 우리 농업이 나아가야 할 ‘미래형 농사’의 정점이다. 나는 단순히 연구실에 갇힌 기술자가 아니다. 현장의 언어와 과학의 언어를 모두 이해하는 ‘하이브리드형 청년농’으로서, 우리 버섯의 가능성을 세계적인 대체식품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제 막 첫발을 뗐지만, 대체 카카오가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날을 꿈꾼다. 대한민국 농업의 경쟁력은 이제 논밭을 넘어 정밀한 실험실에서도 당당히 증명되고 있다. 오늘도 실험실에서 대한민국 청년농의 자부심을 배양하며, 내일의 농업을 수확하기 위해 멈추지 않고 나아가겠다.
한국농수산대학교 졸업생 강석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