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4개월 가까이 비어 있는 미국 육군참모총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미국에서 합동참모의장과 각군 참모총장 등 군부 고위직은 연방의회 상원의 인준 대상인데,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새 육참총장 인선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당인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트럼프의 핵심 측근인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옛 국방부) 장관을 향해 반기를 든 모양새다.
4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차기 육참총장 후보자인 크리스토퍼 라네브(59) 장군에 대한 상원의 인준 절차가 공화당 내부의 반대로 중단됐다. 현재 상원은 여당인 공화당이 과반 다수당이다.
라네브 장군은 중장 시절인 2024년 4월부터 약 1년간 주한미군 전력의 핵심인 육군 제8군 사령관을 지내 한국인 사이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라도수’(羅導秀)라는 한국식 이름도 갖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인 2025년 4월 라네브 장군이 전쟁부 장관의 선임 군사보좌관으로 뽑혀 펜타곤(전쟁부 청사)으로 불려갔을 때 국내에서 “지한파(知韓派) 장성의 중용”이라며 반기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그로부터 얼마 안 돼 라네브 장군은 대장으로 진급함과 동시에 미 육군 ‘2인자’인 참모차장을 맡았다. 그리고 올해 4월 랜디 조지 당시 육참총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전역한 뒤 육참총장 직무대행이 되었다. 헤그세스는 라네브 장군을 새 육참총장 후보자로 내정한 뒤 트럼프에게 보고하고 재가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라네브 장군의 얼굴만 보고 “전쟁 영화에 나오는 위대한 장군처럼 생겼다”며 호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여당이자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그럼에도 라네브 장군의 육참총장 기용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그가 대장으로 진급하고 아직 1년도 채 안 지났다는 점 때문이다. 다수 공화당 의원들은 “육참총장은 4성장군이 된 뒤 최소 18개월 이상은 복무한 장성 중에서 선발하는 것이 미 육군의 관행”이라며 이번 인사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가 이란과 전쟁을 개시하고 유럽에 주둔한 미군의 감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점에 대한 분노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라네브 장군은 현직 참모차장 겸 육참총장 직무대행 자격으로 한동안 미 육군을 계속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전쟁부 관계자는 “헤그세스 장관은 라네브 대장의 참모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리더십에 전적인 신뢰를 보낸다”며 “전쟁부는 참모총장 임명동의안 통과를 위해 상원과 계속 협력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