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30년 만에 다시 열린 물길 ‘인천 굴포천 생태하천’…기록적 폭염에 쥐떼 들끓어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여름철 무더위, 쥐 활동성 극대화
최근 인천 굴포천 생태하천에 쥐가 출몰해 불편하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최근 인천 굴포천 생태하천에 쥐가 출몰해 불편하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최근 인천 굴포천 생태하천에 쥐가 출몰해 불편하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해외 대도시의 고질적인 문제로만 여겨졌던 쥐 출몰 현상이 이제는 국내 하천 산책로 등 일상 공간으로 깊숙이 침투했다. 

     

◆ 폭염이 당긴 번식의 방아쇠와 하수관 침수

     

최근 인천 굴포천 생태하천에 쥐가 출몰한 주된 원인으로는 올여름 유례없는 폭염과 국지성 호우가 겹치면서 쥐의 번식력과 활동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점이 지목된다.

     

5일 보건환경연구원,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여름철 무더위는 쥐의 활동성을 극대화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기온이 오르면 쥐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번식 주기가 크게 단축되는데, 여름철에는 암컷 한 마리가 15일에서 30일 간격으로 새끼를 낳을 수 있어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여기에 도심의 낡은 지하 하수관망은 쥐들에게 완벽한 서식처를 제공한다. 수도권 주요 대도시의 하수관로 중 상당수가 30년 이상 노후화되어 쥐가 밖으로 빠져나오기 쉬운 환경을 갖추고 있다. 

     

또한 여름철 장마와 집중호우로 하수관이나 지하시설이 침수되면 익사 위기에 처한 쥐들이 숨을 쉬기 위해 지상으로 대거 탈출하면서 도심 출몰이 잦아진다.

사진=제보자 제공
사진=제보자 제공

◆ 생태하천 복원 공사가 부른 인천 굴포천의 역설

     

인천 굴포천 일대에서 쥐가 다수 목격되는 현상은 도심 속 환경 변화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굴포천은 지난해 12월 17일 아스팔트 복개 구간을 철거하고 원래의 물길을 잇는 생태하천으로 복원되었다. 

     

대대적인 굴착 작업과 노후 관로 정비 과정에서 오랜 기간 어두운 지하에 숨어 살던 쥐들의 서식지가 파괴되었고, 이로 인해 생활 터전을 잃은 쥐들이 지상 둔치와 하천변으로 밀려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제보자 제공
사진=제보자 제공

◆ 상권 쓰레기와 자연형 하천의 은신처 제공

     

굴포천이 인구 밀집 주거지와 상업지구를 가로지르는 지리적 특성도 쥐 출몰을 부추긴다. 

     

도심 상권에서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와 산책로 주변에 방치된 쓰레기는 쥐들에게 안정적인 식량 창고 역할을 한다. 

     

또 과거 콘크리트 하수구 형태였던 굴포천이 수풀과 흙이 어우러진 자연형 하천으로 정비되면서 식생이 매우 풍부해졌다. 

     

이는 하천 생태계 회복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낳았지만, 역설적으로 쥐들이 길고양이나 맹금류 같은 천적의 눈을 피해 안전하게 번식할 수 있는 최적의 은신처가 되고 있다.

     

실제 이날 한 제보자가 제공한 동영상 및 사진을 보면 쥐가 공원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굴포천 인근에 산다는 제보자 A씨는 “쥐 번식력이 엄청나다”며 “굴포천 개복(물길 복원)한 곳에 쥐가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 더 큰 문제는 ‘감염병’ 

     

한편 쥐는 렙토스피라증, 신증후군출혈열 등 치명적인 감염병의 매개체로 작용한다. 

     

렙토스피라증은 쥐의 배설물로 오염된 물이나 흙을 통해 감염되며 중증 진행 시 치명적일 수 있다. 

     

신증후군출혈열은 건조된 분비물이 호흡기로 유입되어 발병하며 최대 15%의 치사율을 보인다. 

     

따라서 단순한 해충 구제를 넘어 노후 하수관거 교체, 밀폐형 쓰레기 수거 시스템 도입 등 도시 계획 단계에서부터 선제적인 방역 인프라 설계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1000마리 이상의 쥐가 군집을 이루는 구역의 경우 단기적인 쥐덫 설치나 약물 살포만으로는 근본적인 개체 수 억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역학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