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17 전당대회가 순회경선 도중 다시 ‘룰(규칙) 논쟁’에 휩싸였다. 예비경선을 앞두고 선호투표제 도입 여부를 놓고 맞붙었던 당대표 주자들이 본경선에서는 미투표자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추가투표’와 합동연설회 이후 투표를 마감하는 방안을 두고 찬반으로 갈라졌다. 이미 일부 지역 투표가 끝난 상황에서 제기된 규칙 변경 요구가 후보별 유불리 논란으로 번진 가운데, 최고위원 후보들까지 자신이 지지하는 당대표 후보를 거들며 대리전에 가세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론을 고리로 한 후보 간 연대와 정청래 후보의 과거 불교계 논란까지 소환되면서 경선 공방은 룰 문제를 넘어 전방위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추가투표론은 각 지역 순회경선 일정에 맞춰 투표하지 않은 권리당원에게 별도의 투표 기회를 한 차례 더 주자는 주장이다. 지난달 28일 충청권 투표 당시 시스템이 약 1시간 동안 먹통이 됐던 만큼 당원들의 투표권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가 근거로 제시됐다. 민주당은 당시 시스템 복구 뒤 투표 마감 시간을 1시간 연장했다. 김민석 후보를 지지하는 친석(친김민석)계와 송영길 후보는 추가투표론에 긍정적인 반면, 정청래 후보와 친청(친정청래)계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 후보는 5일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투표 쿠데타다. 이렇게 한 선거는 세계 어느 나라 역사상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투표가 끝났는데 다시 투표 기회를 주자는 건 ‘사후 투표’”라며 “투표율 제고가 목적이었다면 사후가 아니라 사전에 며칠 더 하자고 주장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월드컵 결승을 앞두고 ‘9명이 뛰게 하자’, ‘10명이 뛰게 하자’고 하는 게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이렇게 되면 폭동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반면 송 후보는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투표한 사람들을 마지막에 모아 기회를 한 번 주는 것은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공원에서도 젊은 분들이 투표용지 부족을 비판하는 것은 투표권 침해에 대한 분노 때문 아니겠느냐”고 했다. 6·3 지방선거 재선거를 주장하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집회를 당내 경선의 투표권 논란과 연결한 것이다. 김 후보는 추가투표론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삼갔다.
최고위원 후보들도 추가투표론을 놓고 대리전에 나섰다. 친석계인 강득구 최고위원은 당 회의에서 “당원주권은 더 많은 당원이 투표에 참여할 때 완성된다”며 “권리당원 투표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친청계 박규환 최고위원은 “경선이 임박해 느닷없이 당헌·당규를 위반한 선호투표를 관철하지 않나, 단 한 번의 유사 사례도 없는 사후 피선거권 예외 인정을 통해 특정인을 후보로 만들지 않나, 이제는 추가투표 주장까지 조직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길 때까지 투표를 다시 해보자는 말이냐”고 했다.
합동연설회와 투표 마감 순서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졌다. 친석계는 연설회 전에 지역별 투표가 끝나는 현행 방식으로는 당원들이 후보들의 정견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투표 마감 시점을 연설 이후로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호선 당 선거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사견을 전제로 “연설을 듣기 전에는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전제는 당원의 자율적 판단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어 “같은 규칙이 적용되는데도 규칙을 다시 정해달라는 요구는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 ‘유불리의 문제’로 읽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룰 논쟁과 맞물려 당대표 후보 간 합종연횡과 견제도 노골화하고 있다. 송 후보는 이날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과 대법관 후보 추천 지연 등을 이유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김 후보는 페이스북에 “공감한다”고 적으며 연대의 뜻을 나타냈다.
친석계의 정 후보 공격도 이어졌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20대 대선 당시 정 후보가 통행료를 받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해 불교계의 반발을 사고도 사과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에 영향을 줬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이 지인을 통해 사과를 요청했지만 정 후보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