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이 서울 전월세시장과 집값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세를 놓고 있는 1주택자는 직접 살지 않는 집의 세제 혜택이 줄어들면서 집을 팔거나 실거주로 전환해야 할 유인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월세 매물 상당수가 다주택자나 비거주 1주택자에서 나오는 만큼, 임대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1주택자까지 직접 입주하면 세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집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
매매시장에서도 무주택자가 체감할 만큼 매물이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세제개편으로 나오는 고가주택은 일반 무주택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데 반해 중저가 주택은 매물이 크게 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세입자와 무주택자의 주거 부담이 되레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심형석 미국 인터내셔널아메리칸대 교수 겸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비거주 1주택자까지 실거주로 전환하면 서울 주거 선호지역의 전월세 매물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교육이나 직장 때문에 이동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은 결국 더 높은 전월세 비용을 감당해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일보 유튜브 <잘살아보세>에서는 심 교수와 이번 세제개편이 매매·전월세시장에 미칠 영향과 무주택자·1주택자·다주택자의 대응 전략을 짚어봤다. 다음은 인터뷰 영상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이번 부동산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무엇인가
“세금을 더 걷는 것과 시장에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을 강화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주택 보유자의 세제 혜택을 줄이는 것이다. 세 번째는 양도소득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에 유예기간을 둬 주택을 매도할 시간을 준 것이다. 정부는 신규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존 주택의 매물을 시장으로 끌어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동시에 일정 기간 양도세 중과 부담을 낮춰 매도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다만 완화되는 세 부담이 크지 않다면 이미 보유를 선택한 다주택자들을 움직일 정도의 유인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비거주 1주택자는 지금 팔아야 하나,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하나
“세금을 직접 계산해보면 선택이 비교적 명확하게 나올 것이다. 실제 거주하지 않고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만 받는 것이 유리한지, 직접 들어가 거주기간을 채운 뒤 더 높은 공제를 받는 것이 유리한지 비교해야 한다. 앞으로 예상되는 집값 상승률도 함께 반영할 필요가 있다. 도저히 들어가 살 수 없고 앞으로도 실거주 가능성이 없다면 매도를 검토할 수 있다. 반대로 주택을 계속 보유하려는 사람은 실제 거주하는 방향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비거주 1주택자가 집을 판 뒤 그대로 무주택자로 남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기존 주택을 매도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정산한 뒤 비슷한 급지나 더 좋은 지역의 주택을 다시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마포의 주택을 팔았다고 서울 외곽으로 이동하기보다 다시 마포·성동의 아파트를 사거나 자금 여력이 있다면 강남 진입을 시도해볼 수 있다. 1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하더라도 주택 수요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세 부담을 높이면 실제 주택 매물이 늘어날까?
“매도와 매물 잠김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세 부담을 감수하면서 주택을 보유해온 다주택자는 정책이 바뀌어도 팔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비거주 1주택자나 보유세가 크게 늘어나는 고가주택 보유자는 매도를 고민할 수 있다. 특히 주택을 오래 보유했지만 소득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일부 매물이 나올 것이다. 문제는 이런 고가주택 매물을 일반 무주택자가 사기 어렵다는 점이다. 무주택자가 접근할 수 있는 중저가 주택은 세제개편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아 매물이 크게 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갈아타기 수요자나 자산가에게 더 직접적인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거주 중심 세제개편이 전월세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세시장에는 상당히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임대를 놓고 있던 1주택자가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직접 들어가 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전월세 물량은 다주택자가 내놓거나 1주택자가 자신의 집에 살지 않으면서 공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주택자의 임대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거주 1주택자까지 입주하면 서울 선호지역의 전월세 매물은 더 감소할 수 있다. 자녀 교육이나 직장 때문에 서울에 계속 살아야 하는 세입자는 임대료가 올라도 쉽게 이동하지 못한다. 결국 대출을 받거나 더 높은 비용을 감당해서라도 기존 생활권에 남으려는 수요가 생길 수 있다.”
―초고가 주택 규제가 다른 지역의 집값을 자극할까?
“마포·성동 등 20억원대 아파트가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 초고가 주택을 누르면 전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장에서는 규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가격대부터 수요가 붙는다. 15억원대 아파트가 오르면 마포·성동의 20억원대 아파트와 가격 차이가 줄어든다. 강남과 마포·성동을 비교하던 수요자가 세 부담이 덜한 지역에 머물 수 있고, 앞으로는 25억∼40억원대 아파트까지 관심이 확대될 수 있다. 다만 현재 규제를 피했다고 계속 안전한 것은 아니다. 가격이 오르면 향후 고가주택 규제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무주택자·1주택자·다주택자는 각각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앞으로 전월세시장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무주택자는 내 집 마련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거주를 유도하는 정책으로 임대 매물이 줄어드는 가운데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이주 수요까지 늘어나면 전월세시장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서울에 계속 거주해야 하는 무주택자는 자신의 자금 사정 안에서 매수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1주택자는 세금보다 대출 문제가 더 클 수 있다. 기존 주택을 팔고 새 주택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금액이 줄어들면 원하는 지역으로 갈아타기 어려워진다.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집을 팔더라도 다음 주택을 마련하기 어려워 기존 주택에 그대로 머무는 사람도 많을 것으로 본다.
비거주 1주택자는 매도와 실거주 전환에 따른 세금 차이를 계산한 뒤 결정해야 한다. 갈아타기를 고민하던 사람이라면 적절한 매물이 나오는 시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다주택자 중 이미 세 부담을 감수하면서 주택을 보유해온 사람은 매도 움직임이 제한적일 수 있다. 다만 양도세 중과 부담이 한시적으로 낮아지는 기간에 일부 주택을 정리할지는 다시 검토해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