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서 지켜보면 더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하늘나라로 간 딸과의 생전에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올해로 세 번째 머리카락을 기부한 어머니가 있다. 충북경찰청 과학수사계 이현주(42) 경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 경사는 “딸의 생일 기념으로 머리카락 기부를 시작했고 딸과 함께하자고 한 그 약속을 혼자 이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경사는 5일 머리카락 약 33㎝를 사회공헌재단 ‘어머나 운동본부’에 우편으로 발송했다. 지난 2일 자른 머리카락이다. ‘어머나’는 어린 암 환자 머리카락 나눔의 앞글자를 딴 이름이다.
이 경사가 소아암 환자 모발 기부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21년이다. 당시 10살이었던 딸 고 송지윤 양과 함께 기부하기로 약속했던 그는 그해 8월 딸의 10살 생일을 기념해 혼자서 40cm 이상의 머리카락을 잘라 첫 기부를 실천했다.
이후 이 경사는 딸과 함께 머리를 길러왔다. 2023년 8월 딸의 생일을 맞아 둘이 함께 두 번째 기부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던 차에 청천벽력 같은 시련이 찾아왔다. 2023년 6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응급실에 간 적 없을 정도로 건강했던 딸 지윤 양이 학교에서 갑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급성 뇌출혈이었다. 지윤 양은 수술 등 보름간 사투를 벌였으나 열두 살의 짧은 생을 뒤로한 채 하늘나라의 아름다운 별이 되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슬픔은 가슴을 무너뜨렸지만 이 경사는 생전에 딸과 나눈 약속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딸과 영원히 이별하고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은 2023년 9월 이 경사는 머리를 잘라 약 37cm 분량의 두 번째 기부했다.
이 경사에 따르면 어머나 운동의 기부 모발은 25cm 이상이어야 한다. 이에 긴 시간 머리를 길러야 기부할 수 있다. 그가 이렇게 기부를 이어온 바탕에는 오롯이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끈기가 있었다.
이 경사는 키 158cm의 아담한 체구로 지금까지 기부한 머리카락의 길이는 총 110cm에 달한다. 그는 육군 장교(여군 51기)로 임관해 대위로 전역할 때까지 전우들을 위해 헌혈증을 나눠주기도 했다. 앞으로도 꾸준히 기부 활동에 동참해 자신의 키만큼 머리카락을 기부하겠다는 의지다.
이 경사는 “딸과 함께 기부할 수 있었다면 큰 의미가 되었겠지만 이별의 슬픔에만 잠겨있기보다 딸과의 약속을 실천하는 엄마를 하늘나라에서 지켜보면 더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하루 암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과 그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저와 같은 이별의 아픔을 겪지 않고 아이들이 완쾌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