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물속 인체를 통해 인간의 심리와 감정을 그려온 김진남 작가가 추상 회화로 작업세계를 확장한 뒤 첫 개인전을 연다.
김 작가는 오는 12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 G&J갤러리에서 개인전 '수면선'을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수년간 이어온 사실적인 수중 인체 작업에서 벗어나 추상 작업으로 방향을 전환한 이후 처음 선보이는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시장에는 신작 35점이 공개된다.
김 작가는 그동안 물속에 부유하거나 침잠하는 인체를 통해 인간의 심리와 감정을 표현해 왔다. 2년전 10번째 개인전에서도 그의 작품에서 물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생명의 근원이자 의식과 무의식이 만나는 공간, 인간 내면을 비추는 상징이었다.
오랫동안 물속 인체를 그려온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사람의 형상을 거의 지웠다. 대신 물이 가진 깊이와 시간성, 감정의 흐름을 추상적인 화면으로 옮기며 인간 내면의 심리 풍경을 새로운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전시 제목인 ‘수면선’도 단순히 물과 공기가 만나는 경계를 뜻하지 않는다. 작가는 수면선을 인간의 외부와 내면, 의식과 무의식, 기억과 감정이 만나는 심리적 경계로 해석한다. 화면 속 먹과 색, 절개선은 보이지 않는 감정과 기억이 의식 위로 떠오르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번 연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제작 방식이다. 아사천 뒷면에 먹을 여러 차례 스며들게 해 화면에 시간성과 깊이를 축적한 뒤, 인두로 천을 태워 절개선을 만들고 그 틈 사이로 아크릴 물감을 압출한다. 먹은 침잠한 시간과 심연을, 불로 만든 절개는 단절과 연결의 경계를, 그 사이에서 드러나는 색은 잠재돼 있던 감정과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을 상징한다.
특히 물을 표현하기 위해 불을 사용하는 역설적인 작업 방식은 이번 연작을 관통하는 핵심 조형 언어다. 먹의 스며듦과 불의 흔적, 절제된 색채가 긴장과 균형을 이루며 화면을 구성하고, 자연의 풍경이 아닌 인간 심리의 구조를 시각화한다.
김 작가는 “수면선은 물의 표면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경계"라며 "먹의 침잠과 불의 절개, 그리고 절개 사이로 드러나는 색을 통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과 기억의 층위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물속 인체를 통해 인간 존재를 탐구했던 기존 작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형상을 지운 화면 속에서 기억과 감정의 흔적만을 남긴 김진남 작가의 새로운 작업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