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9시 ‘농촌 왕진버스’(사진)가 열린 경기 가평군 조종면 반다비체육관. 의료진을 만나기 위해 새벽 같이 움직인 조종면·상면 어르신들은 진료 시작 1시간 전부터 길게 줄을 섰다. 보행기·휠체어에 의지한 고령의 주민들과 70대 아들 손을 잡고 온 90대 노모까지 체육관에 꽉 들어찼다.
농촌 왕진버스는 의료 접근성이 낮은 농촌 주민들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가평군, 농협중앙회가 함께 마련한 사업이다. 대한중앙의료봉사회, 연세대스포츠재활 연구소 (주)피지오 등 40여명의 의료진은 이날 양·한방 진료를 비롯해 주민들이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골다공증 검사, 안과 검진, 우울증·치매 검사도 진행했다.
접수를 마친 어르신들은 번호표가 적힌 스티커를 옷에 붙이고 진료 차트를 손에 들고 안내에 따라 움직였다. 80∼90대 마을 어르신 15명을 모시고 왔다는 김명순(70) 연하리 부녀회장은 “들깨, 고추, 감자 농사를 평생 짓다 보니 무릎이 안 아플 날이 없다”며 “도시로 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가려면 하루가 꼬박 걸리는데 직접 와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웃과 행복택시를 타고 온 장춘분(90·율길리)씨도 “하루에 버스가 3∼4대뿐이라 눈·귀가 아파도 병원가기 어렵다”며 “자주 와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속내를 터놓기 어려웠던 어르신들은 우울증 검사를 하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주민들이 왕진버스를 반긴 배경에는 취약한 지역의료 여건이 있다. 가평군은 인구 6만2000명이 서울(605.2㎢)보다 넓은 843.41㎢에 흩어져 사는 저밀도 지역이다. 산악 지형에 마을 간 거리가 멀고 대중교통마저 충분하지 않아 고령 주민에게는 의료기관까지 이동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실제 정부가 응급의료·소아청소년·분만 취약지로 분류한 가평군은 의료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 보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중증외상 환자가 발생하면 군 경계를 넘어 남양주, 의정부, 강원 춘천 등으로 이동해야 하는 구조다.
이 같은 문제를 겪는 곳은 가평뿐이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응급의료분야 취약지는 전국 시·군·구의 42%에 달하는 98곳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농어촌에서는 갈수록 의료 수요가 커지지만 인구가 적은 탓에 수익성 문제로 민간 병원이 세워지기 쉽지 않은 구조적 한계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왕진버스를 통해 질환을 발견하더라도 정밀검사나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면 주민들은 다시 먼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이은환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가평군은 필수의료 인프라가 전무한 상황에서 주민들 건강지표 또한 최하위 수준”이라며 “병원을 새로 짓는 문제를 넘어 순회 진료와 의료인력 파견, 야간 공공진료, 119와 상급병원 간 응급이송체계를 하나의 지역 의료망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이 어디에 살든 최소한의 필수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공공의료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가평군은 옛 국군청평병원 부지에 24시간 응급진료와 공공진료 기능을 갖춘 군립의원 건립을 2029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