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그제 ‘경기도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했다. 각종 기금에서 일반회계로 차입한 내부거래 및 지방세의 원리금 상환 압박으로 올해 민생사업 예산 3132억원은 본예산에 편성하지 못할 정도로 재정위기에 처한 탓이다. 게다가 올해 취득세 수입은 3500억원 이상 줄 것으로 예상돼 77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이 불가피한 형편이라고 한다. “마른 땅에 풀 한 포기조차 남지 않았다”는 추 지사의 한탄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작금의 경기도 재정위기는 세입 부족에도 예산을 늘려 잡은 채 내부거래 및 지방세 발행으로 버텨온 8기 김동연 지사의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 추 지사도 “눈속임으로 당장의 위기를 넘겼다”고 일갈했는데, 지방채만 해도 도는 지난해 3차례에 걸쳐 943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지방재정법에 따른 발행 한도의 99.6%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작년 5월에는 용도가 명확히 정해진 기금을 손쉽게 일반회계 등으로 전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조례까지 개정했다. 미래의 위기에 대비해야 할 기금 목적에 맞지 않는 전용은 ‘방만 운영’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사로 있던 민선 7기 때 경기도 예산은 연간 22조원대에서 38조원대로 확대됐는데, 김 지사 시절엔 다시 40조원대까지 늘었다. 복지 지출 확대 여파라고 하는데, 세입은 불안정한데도 씀씀이만 늘린 것은 포퓰리즘이 아닐 수 없다. 그 탓에 9기 정부는 빚(지방채와 내부거래 상환액) 7조415억원을 떠안은 채 지난달 1일 출범해야 했다.
남 얘기가 아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지방 채무 잔액은 41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에 달했다. 대전, 충북, 충남, 인천, 제주, 전남·광주, 강원 등에서도 전임 단체장의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빈 곳간을 물려받았다며 아우성이다. “사실상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얘기할 지경” 등 불만이 쏟아진다. 5년간 건전 재정에 노력해서 파탄 난 곳간을 물려주는 일은 없길 바란다.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국가채무(1차 추경 기준)가 올해 말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만 해도 597조여원에 머물던 적자성 채무가 5년 만에 400조원 이상 급증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반도체 호황에 기대 초과 세수를 쓸 궁리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늦기 전에 재정 고삐를 바짝 좨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