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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화, ‘묵비권’ 파우치 의회모독 추진… 코로나19 논란 재점화 [美슐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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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화, ‘묵비권’ 파우치 의회모독 추진
코로나19 마스크·백신·거리두기 주도
트럼프·공화당과 맞선 감염병 전문가
공화, 재집권 뒤 코로나19 재조사
미 사회에 남은 팬데믹의 그림자

美슐랭 <오늘의 미국을 이해하는 엄선된 이야기>

 

※‘美슐랭’은 미국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이야기를 엄선해 전하는 코너입니다. 워싱턴 특파원이 빠르게 소비되는 뉴스를 넘어, 오늘의 미국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맥락과 시각을 전합니다.

 

미국 연방 상원 국토안보위원회(위원장: 랜드 폴)가 최근 청문회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앤서니 파우치 전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상대로 ‘의회모독죄’를 적용하기로 했다. 파우치 전 소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구성원, 대통령 수석 의학고문으로 재직하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백신 접종 등 정부의 방역 정책을 이끌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으로부터 코로나19 실험실 유출설, 기능획득 연구 지원, 봉쇄 정책 등을 둘러싸고 집중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앤서니 파우치 전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지난 7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백신 접종 등 미국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이끈 파우치 전 소장은 최근 코로나19 방역정책에 대해 공화당의 집중 문책을 받고 있다. AFP연합
앤서니 파우치 전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지난 7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백신 접종 등 미국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이끈 파우치 전 소장은 최근 코로나19 방역정책에 대해 공화당의 집중 문책을 받고 있다. AFP연합

민주당은 파우치 전 소장에 의회 모독죄를 적용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상원 국토안보위는 6일(현지시간) 파우치 전 소장의 의회 모독 혐의를 인정하는 결의안을 공화당 주도로 가결했다. 이 결의안이 상원 본회의에서 채택되면 검찰에 송부되고, 검사는 사건을 대배심에 회부해 기소 여부를 정한다. 다만 본회의 통과에는 60표가 필요해 53석인 공화당만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파우치 전 소장은 지난달 29일 상원 국토안보위 청문회에 소환됐지만, 자신을 향해 쏟아진 질문에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한 ‘수정헌법 5조’를 근거로 들어 묵비권을 행사했다. 그는 당시 3시간이 넘는 청문회 시간 동안, 100차례가 넘는 질문에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공화당 대 파우치, 끝나지 않는 싸움

 

파우치 전 소장을 둘러싼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우한 연구소 및 ‘기능획득’(gain-of-function) 연구 지원 논란이다. 파우치 전 소장이 이끌던 NIAID가 미국 비영리단체인 에코헬스 얼라이언스에 연구비를 지원했고, 이 단체가 일부 자금을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 전달한 바 있다. 공화당은 이 연구가 위험한 기능획득 연구(바이러스나 세균의 새로운 기능을 인위적으로 획득하도록 만드는 연구로, 일부만 허용)였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파우치 전 소장과 그의 지지자들은 당시 지원된 연구는 미국 정부의 당시 기준상 기능획득 연구에 해당하지 않았으며, 코로나19를 만들었다는 증거도 없다고 반박한다. 팬데믹 초기 파우치 전 소장은 자연발생설을 더 유력한 설명으로 보았고, 실험실 유출 가능성은 낮게 평가했다. 공화당은 파우치 전 소장이 초기 논의를 지나치게 억눌렀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 백신. 세계일보 자료사진
코로나19 백신. 세계일보 자료사진

NIAID의 수석 과학고문이자 파우치 전 소장의 핵심 참모였던 데이비드 모런스의 연방 기록 은폐 논란도 쟁점이다. 2024년 미 하원 코로나19 특별소위원회가 공개한 이메일에서 모런스는 “나는 NIH 이메일은 항상 정보공개법(FOIA) 대상이라 지메일을 쓴다”, “뉴욕타임스에 나오기 싫은 건 삭제하겠다” 등의 언급을 했는데 이것이 연방기록을 삭제하고 은폐한 증거라는 주장이 나왔다. 모런스는 현재 기소된 상태인데, 공화당은 모런스의 행위에 파우치 전 소장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파우치 전 소장은 팬데믹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 학교 폐쇄 등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적극 지지했는데, 보수 진영에선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했다는 비판도 한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5년 1월 20일 퇴임 직전, 파우치 전 소장에게 2014년 1월 1일부터 사면이 발표된 날(2025년 1월 20일)까지 파우치 전 소장이 업무와 관련해 했을 수 있는 모든 연방 범죄를 대상으로 ‘선제적이고 전면적인’ 연방 사면을 부여했다. 하지만 퇴임 이후의 증언에 대해선 사면권이 발동하지 않는다. 파우치 전 소장은 공화당이 주도하는 코로나19 관련 청문회에서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피하기 위해 일절 증언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에 남은 팬데믹의 그림자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처음 알려진 2020년 초부터 현재까지 6년 반이 지난 현재도 미국 사회에서 코로나19 관련 논쟁이 계속되는 것은 그만큼 사회 각계에 미친 영향이 크기 때문이지만,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코로나19의 기원과 책임 소재 등을 재조사 대상으로 삼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공화당이 의회 주도권을 잡으면서 재조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지난해 공화당이 주도한 ‘하원 코로나19 특별소위원회’의 최종 보고서에서 공화당은 코로나19의 실험실 유출설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으며, 에코헬스 얼라이언스의 연구비 관리 문제를 지적했고, 미 국립보건원(NIH)와 NIAID의 감독이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이 보고서는 또 학교 폐쇄, 봉쇄, 백신 의무화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 보고서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비판한다.

랜드 폴 상원 국토안보위원장(켄터키·공화)이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더크슨 상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회의에서 모니터를 통해 앤서니 파우치 전 소장에 대한 의회 모독죄 표결을 알리고 있다. EPA연합
랜드 폴 상원 국토안보위원장(켄터키·공화)이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더크슨 상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회의에서 모니터를 통해 앤서니 파우치 전 소장에 대한 의회 모독죄 표결을 알리고 있다. EPA연합

이 문제에 적극적인 안과의사 출신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공화)이 위원장을 맡은 뒤 상원 국토안보·정부업무위원회도 코로나19 관련 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정쟁의 장이 되어버린 코로나19 팬데믹 재조사에서 파우치 전 소장이 묵비권 행사를 하고 있는 것이 적법한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파우치 전 소장처럼 지난 2013년 하원 청문회에서 모두발언 이후 답변을 거부했던 국세청 관료 로이스 러너에 대해선 의회모독 혐의 인정 결의안이 채택된 전례가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수정헌법 5조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불기소했다. 폴 위원장이 파우치 전 소장을 “감옥에 보내고 싶다”고 공공연히 발언하고 그의 위증죄를 입증하려 하는 상황에서 답변을 거부한 것은 정당한 방어권 행사라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