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턱턱 막히는 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도심 도로 한복판에 각진 모양의 특수 차량이 등장해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평소 산불 현장을 누비던 산불진화차량이 여름철 폭염에 맞서기 위해 도로 위로 출동했기 때문이다.
이 차량은 소형전술차량을 기반으로 한 다목적 산불진화차량이다. 탁월한 오프로드 기동성과 대용량 물탱크, 고성능 방수시스템, 진화대원 안전까지 고려한 특수 차량으로 알려졌다.
산림청 충주국유림관리소는 지난 5일부터 다목적산불진화차량을 투입해 충주 시내 도로 살수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아스팔트 복사열이 심해 대표적인 도심 취약 지역으로 꼽히는 건국대학교부터 충주역까지 이어지는 약 11km 구간에는 평일 하루 두 차례(오후 1시, 3시)에 걸쳐 총 1만6000L의 물이 뿌려지고 있다. 시와 국유림관리소가 협력해 폭염 대응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이번 살수 작업은 현장 대원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빛을 발했다. 진화차량의 펌프 엔진을 가동할 때 열과 배기가스가 발생하면서 오히려 도심 열섬현상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진화대원들이 '중력식 살수장치'를 고안하고 제작해 장착했다. 물의 낙차와 압력만을 이용해 불필요한 연료 소모와 열기 배출을 원천 차단하면서 친환경까지 잡은 '현장의 마법'이 탄생했다.
청주에서는 겨울철 눈을 치우던 제설차량까지 여름철 도로 살수에 동원됐다.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는 겨울용 '염수교반용 차량'을 여름철 지원용으로 탈바꿈시켜 지난 4일부터 청주~증평 주거 밀집지역에 투입했다. 1만2000L 용량의 물탱크를 갖춘 이 제설 장비는 소방당국과의 전격적인 협업을 통해 소화전 용수를 공급받아 아스팔트 열기를 식히고 있다.
이처럼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까지 발생하는 극심한 폭염 속에서 행정의 경계를 허물고 겨울용 제설차와 산불진화차량까지 동원되는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 웅장하고 멋진 외관의 진화차를 본 시민들 사이에서는 “차량이 너무 멋지다” “무슨 차량이지”라는 반응이 나오는 등 폭염 속 신선한 볼거리와 함께 기관 간 신속한 협업이 돋보이는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조창준 충주국유림관리소장은 “시민들이 조금이나마 폭염을 잊고 무더운 여름을 이겨낼 수 있도록 지자체와 긴밀히 협력해 폭염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살수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