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핵심 원료’ 폴리실리콘에 15%의 관세 부과를 예고했지만,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갖춘 한국 기업이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6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포고문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12월4일부터 수입 폴리실리콘에 ㎏당 21달러의 최저수입가격을 적용한다. 폴리실리콘 잉곳과 웨이퍼는 ㎏당 100달러, 태양전지는 W당 0.22달러, 태양광 모듈은 W당 0.38달러 아래로 판매하기 어렵게 했다. 잉곳과 웨이퍼, 태양전지와 모듈 등 파생제품에는 15% 관세도 부과한다. 미국 시장에 싼 외국산 제품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 미국 내 생산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한국산 제품에는 기존 일반관세에 232조 관세를 더한 세율이 총 15%가 되도록 했다. 일본과 대만, 유럽연합(EU) 등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된다. 우리 정부가 앞선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15%를 넘지 않도록 하는 데 양국 간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이번 조치에 따른 추가 관세 부담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15% 관세의 주요 대상은 잉곳·웨이퍼와 태양전지·태양광 모듈 등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수출하는 메모리 반도체 등 완성 반도체에는 이번 관세가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
폴리실리콘은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를 만드는 기초 원료인 만큼 이번 조치가 반도체 산업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폴리실리콘을 정제·가공해 만든 실리콘 웨이퍼 위에 회로를 새겨 D램과 낸드플래시, 시스템반도체 등을 생산한다.
다만 이번 조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국내 반도체 생산비용을 곧바로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관세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등에 부과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웨이퍼는 이번 미국 관세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예컨대 국내나 일본 등에서 생산된 실리콘 웨이퍼가 삼성전자 평택공장이나 SK하이닉스 이천·청주공장으로 공급될 경우 미국 관세와는 관계가 없다. 반면 같은 웨이퍼가 미국 내 반도체 공장으로 수출될 경우에는 이번 관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생산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반도체 사업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국내 태양광 업체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표적인 곳이 한화큐셀이다.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에 잉곳과 웨이퍼부터 태양전지, 모듈까지 생산하는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이 수입 태양광 제품에 관세와 가격 하한을 적용하면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한화큐셀 제품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한국에서 태양전지나 모듈 등을 만들어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기업에는 부담이다. 15% 관세에 더해 최저수입가격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미국 현지 생산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