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이란 전쟁은 세계 각국 군대에 공통적인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값싼 무기가 값비싼 장비의 위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전쟁 전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크고 강력한 군대를 갖고 있었으나, 전쟁 발발 4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소모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미국도 이란을 상대로 개전 초기부터 제공권을 장악했지만, 이란 보복 능력 제거·호르무즈해협 장악·정치 체제 변화 등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미국이 시작해서 미국이 끝낸다’는 현대전의 트렌드가 빗나간 셈이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이 자폭드론과 미사일 등 저렴한 장거리 타격체계를 앞세워 전선 후방의 군사·민간 시설을 타격하고 방공망 소모를 유도하는 비대칭 전략을 구사한 결과다.
이는 기존 고가·첨단 무기체계와 더불어 저렴하면서도 효과가 뛰어난 타격·방어 시스템 등을 함께 구축할 필요성을 높인다. 단순히 성능만 우수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저가 드론과 미사일 위력
우크라이나와 이란이 가성비가 높은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기반은 저렴하게 제작된 자폭드론과 미사일이다.
2010년대부터 급속히 발달한 민간 전자·정보 기술은 값싼 정밀유도무기 제작을 가능하게 했다.
이같은 추세는 드론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레저·농업 등의 분야에서 대량으로 쓰이는 드론에는 고해상도 줌 렌즈, 적외선 센서를 활용한 열영상 기술, 비행제어 프로그램 등이 적용됐다.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인해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성능은 우수했다.
이같은 특성은 전장에서 자폭드론이 지상 표적을 흔들림 없이 정확하게 포착하게 해준다.
사람이 아무리 드론을 회피하려고 해도 실패하는 이유다.
발사 초기 레이더 등으로 포착하면 궤적 추적 및 예상 탄착 지점 등을 파악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자폭드론은 비행 도중 궤적을 변경, 지상에서의 요격·회피 시도를 어렵게 한다.
특히 이란 전쟁 초기 이란 측이 중동 지역 미군 기지 등을 향해 발사한 샤헤드 자폭드론은 표적 상공에서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낙하했다.
구조물 중 가장 방호력이 취약한 상부를 공격, 지상 요격 시도를 피했다.
이는 이란이 중동 지역 내 미군 기지와 주요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미국과 중동 국가들 입장에선 군사적 압박과 손실이 누적되는 모양새다.
드론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우크라이나는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보다 훨씬 저렴한 플라밍고 순항미사일을 개발했다.
우크라이나 방산업체인 파이어 포인트에서 만든 플라밍고는 최대 3000㎞까지 비행한다.
한 발당 가격은 60만달러. 토마호크보다 6배 더 저렴하다. 드론용 오픈 소스 자동 조종 시스템을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원가를 크게 절감했다는 평가다.
명중률은 높지 않지만, 1t이 넘는 탄두 무게 덕분에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미사일에 직격당한 건물은 대부분 통째로 허물어질 정도의 큰 피해를 입는다.
가격 대비 성능을 추구하면서 장거리 전략적 타격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수백㎞를 날아가서 지상 표적을 타격하는 자폭드론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방산업체 스카이폴은 대당 가격이 2만5000달러~3만 달러인 자폭드론을 새로 만들었다.
사거리는 600㎞로서 50kg의 파편탄, 고폭 파편탄 등을 탑재할 수 있다.
현재 전선과 인접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나 러시아 서부 본토 지역에 있는 지휘통제 및 탄약 저장 시설, 레이더, 항공 지원 기반 시설 및 수송 거점을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
스카이폴은 올해 말까지 월 1000대를 생산할 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저렴한 가격과 단순한 구조를 통해서 대량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비행거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종심 타격 능력을 추가하는 모양새다.
이를 통해 전술 미사일을 다른 전략적 표적에 할당하는 효과도 있다.
◆모든 위협 대응 필요성 높아져
이 같은 위협에 대응하는 수단은 패트리엇(PAC-3)이나 S-300·400 지대공미사일 체계다.
이들 무기는 고가의 첨단 장비다.
PAC-3는 이란 전쟁에서 이란의 자폭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대부분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 발당 가격이 400만달러에 달하는 PAC-3를 수백발이나 사용하면서 미국은 재고량 급감에 직면했다. 러시아도 유사한 국면을 맞고 있다.
소수의 고성능 무기를 구매하고, 대형 방위산업체에 공급망을 집중하며, 혁신적 조치에 소극적이었던 과거의 국방 조달 정책은 전통적 전쟁에선 유효했다.
그러나 공격자가 상대방에게 사용하는 무기 비용이 방어자의 그것보다 훨씬 낮은 비대칭 전쟁에선 효력을 잃는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비용 문제를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따라서 방공망을 포함한 전략적 억제력 분야에선 예전처럼 고비용·고성능 체계만을 고수할 수는 없다.
방어작전의 경우엔 저렴한 비용으로 자폭드론 공격을 저지할 공중 방어체계와 고가의 첨단 미사일 요격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값싼 요격 드론, 유도로켓, 레이저 등으로 자폭드론 공격을 저지하고, 탄도미사일이나 극초음속 미사일 공격은 미사일방어(MD)망으로 요격하는 방식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제트엔진 샤헤드 드론을 격추하기 위한 ‘제트킬러’ 요격 드론을 최근 만들었다. 최고 시속 370㎞로 비행해 제트엔진 샤헤드 드론을 격추한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해서 비행부터 요격까지 모두 스스로 수행한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대당 3000달러에 불과하다.
미국 록히드마틴은 저가형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인 PAC-3 ACE를 공개했다
PAC-3 ACE는 기존 패트리엇 미사일인 PAC-3 MSE보다 가격이 절반 정도이며 생산기간은 36개월에 불과하다.
PAC-3 MSE는 우수한 성능을 지닌 요격미사일로서 MD 체계의 일부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생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란 전쟁에서 이란 측이 샤헤드 자폭드론을 대량으로 발사, 고가의 방공망을 압도하는 전술을 사용하면서 PAC-3 MSE의 단점이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가격·생산 문제를 개선하는 버전이 등장한 것이다.
다양한 센서에서 탐지하는 정보를 실시간 융합해서 작전을 지시하는 고성능 지휘통제체계도 필수다.
현장 상황에 맞게 최일선에서 임무 계획을 유연하게 변경하는 기조도 장려되어야 한다.
미 뉴욕 타임스는 최근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들이 러시아군 레이더나 미사일 발사대 등의 주요 목표를 타격할 기회를 포착하면, 계획된 임무 계획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을 받았다고 밝혔다.
공격 작전에선 자폭드론을 비롯한 비대칭 무기와 더불어 전통적 개념의 군사력도 함께 구축해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무인수상정으로 흑해에서 러시아 흑해함대 함정 다수를 파괴했지만, 이는 러시아 흑해함대가 현대적인 기술을 갖추지 못한 소련 시절 노후 함정 위주였다는 것에도 원인이 있다.
현대적인 방어체계와 전투함을 갖춘 국가라면,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란 전쟁에서 미국·이스라엘은 이란의 공군력이 빈약했던 덕분에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란 같은 사례는 흔치 않다.
무인 무기의 효과가 부족할 경우에 대비해 전통적 개념의 무기체계 강화도 소홀히 할수는 없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는 전폭기에 탑재한 활공폭탄으로 우크라이나를 공습하고 있다.
활공폭탄은 오래 전부터 공대지 작전에 쓰인 무기다. 요격미사일로 격추하기가 매우 어렵고, 위력이 강하다.
이같은 점으로 볼 때, 미래 군 구조는 비대칭 전쟁과 재래식 전쟁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국방비 지출 규모를 크게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예산 여건은 제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구체적이면서도 충분한 자금 조달이 가능한 계획이 필수인 이유다.
따라서 비대칭 전쟁과 재래식 전쟁을 함께 준비할 수 있는 효율적인 국방정책 수립·집행이 무엇보다 중시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