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항소심에서 1심 재판부가 유죄로 판결한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 판단을 받았지만, 형량은 변하지 않았다. 책임의 무게에는 변함이 없다는 판단이다. 채해병 유족은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서울고법 형사4-3부(재판장 전지원)는 7일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군형법상 명령 위반 등 혐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 일부를 무죄로 변경하면서 원심을 파기했지만, 무리한 수색 지시와 안전조치 소홀에 대한 책임은 그대로 인정해 1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 수해 현장을 총괄해 함께 1심에서 금고 1년6개월을 선고받은 박상현 전 해병대 7여단장과 최진규 전 포11대대장과, 채해병이 소속된 포7대대 본부중대의 직속상관으로 각각 금고 10개월과 금고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용민 전 포7대대장과 장모 전 포7대대 본부중대장의 항소는 기각했다.
법원은 원심이 유죄로 판결한 ‘육군이 작전 철수 지침을 내렸음에도 임 전 사단장이 박 전 여단장에게 작전을 계속하라고 지시한 부분’이 이유 무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임 전 사단장이 실질적으로 작전통제권을 행사했다는 것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박 전 여단장이 현장 상황과 소방당국과의 협조 필요성, 실종자 가족의 사정 등을 고려해 자신의 판단으로 작전 계속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이유 무죄는 하나의 범죄를 구성하는 공소사실 중 일부를 판결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는 것으로, 주문에는 별도의 무죄가 선고되지 않아 결론적으로는 유죄 판단이 유지된다.
법원은 해병대 지휘부 및 관계자들의 업무상 과실이 순차적으로 결합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이 실종자 수색 성과가 없는 포병대대를 질책했고, ‘수변으로 내려가 수풀을 헤치고 찔러보면서 찾아야 한다’는 취지로 적극적 수색을 지시해 대원들이 도로와 안전한 수변 구역을 벗어나 수중으로 진입할 가능성을 높였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언론 보도 사진 및 보고 등을 통해 수중수색 사실과 위험성을 인식할 수 있었는데도, 수중수색 금지나 안전장비 지급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행위 자체가 과실에 해당한다고 봤다. 박 전 여단장, 최 전 대대장 등은 임 전 사단장의 적극 공세식 수색 지시를 구체화하고 확대해서 하급 지휘관들에게 전파했고, 이 전 대대장과 장 전 중대장은 이를 현장에서 집행하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과실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위험 지역에 구명조끼 등 기본 안전장비 없이 투입된 대원들의 수중 입수를 통제하고 안전조치를 마련할 의무가 있었지만 이를 소홀히 했다”며 “그 결과 입대한 지 4개월에 불과한 20세 채해병이 사망했고, 다른 대원은 현재까지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어 엄정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중압감 속에 작전을 수행한 동기와 사고 당일 위험성 평가나 정찰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열악한 현장 상황은 양형에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 전 사단장에 대해선 “대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최상급 지휘관임에도 작전통제권을 침해하고 지휘 체계를 훼손했으며, 사고 이후에는 수색 경위를 은폐하고 수사 내용을 확인하는 등 지휘관으로서의 도의적 책임을 저버린 채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며 다만 34년 동안 해병으로 근무하면서 국가에 헌신했다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채해병 어머니는 항소심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제2, 제3의 수근이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엄벌이 내려지기만을 기도하며 버티고 또 버텼다”며 “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의 억장이 또 한 번 무너져 내린다”고 호소했다. 이어 “제 아들은 차가운 흙탕물에서 돌아오지 못했는데 그 책임자들에게 이렇게 관대한 나라에서 어떤 부모가 마음 놓고 자식을 군대에 보낼 수 있겠냐”며 “기다렸던 2심 선고가 이렇게 나와 허탈하다”고 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임 전 사단장의 명령위반 혐의 중 일부를 이유 무죄로 판단한 데 대해 “군에서 명령위반은 지휘 체계와 군기를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라며 “대법원이 이 부분을 유죄 취지로 바로잡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유가족들은 1심 이후 지속적으로 형량이 너무 낮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임 전 사단장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구속 전까지 유가족과 피해자들을 비난해 온 점 등을 고려하면 항소심 재판부의 양형 판단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 등은 2023년 7월19일 경북 예천군 보문교 부근 내성천 유역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작전 중 해병대원들이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허리 깊이의 수중수색을 하게 해 채해병을 급류에 휩쓸려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