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사던 플랫폼의 이름이 피자에 이어 치킨 상자에까지 붙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도미노피자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협업한 사이드 메뉴 ‘무진장 치킨 박스’를 출시했다. 앞서 내놓은 ‘무진장 슈림프 스테이크 피자’에 이은 두 번째 협업 메뉴다.
‘무진장’은 무신사가 대규모 할인 행사와 마케팅에 꾸준히 활용해 온 대표 키워드다. 도미노피자는 이를 ‘양이 많고 구성이 풍성하다’는 의미로 풀어 메뉴 이름에 적용했다.
무진장 치킨 박스에는 웨스턴 핫 윙 8조각과 콘 크런치 치킨 4조각, 스와이시 치킨 윙 3조각 등 총 15조각이 담겼다. 가격은 1만3800원이며 도미노피자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단순히 포장지에 무신사 로고만 붙인 협업은 아니다. 두 회사는 피자와 치킨, 의류와 소품, 쇼핑 포인트를 연결해 서로의 고객을 상대 브랜드로 보내는 구조를 만들었다.
도미노피자는 지난달 무신사와 공동 기획한 ‘무진장 슈림프 스테이크 피자’를 먼저 선보였다. 자이언트 새우와 칼집 스테이크를 올려 ‘무진장 큰 토핑, 무진장 꽉 찬 피자’라는 콘셉트를 강조한 제품이다.
피자를 주문한 고객에게는 추첨을 통해 무신사·29CM·솔드아웃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신사머니를 제공한다. 오프라인 무신사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도 피자 주문 고객에게 지급한다.
도미노피자 공식 행사 안내에 따르면 해당 피자의 프로모션 기간은 오는 12월10일까지다. 무신사머니 상품권 지급은 준비 물량 소진 시 끝난다.
무신사에서는 도미노피자를 패션으로 재해석했다. 도미노피자의 클래식 로고와 피자, 치즈, 배달 상자 등을 1990년대 미국 빈티지 분위기로 풀어낸 ‘무신사 에디션’을 출시했다.
협업 제품은 티셔츠와 모자 등 7종으로 구성됐다. 피자 한 조각 모양으로 접을 수 있는 쇼퍼백과 피자 상자 형태의 양말 패키지, 치즈 색상을 적용한 우산도 선보였다.
식품업체가 패션 플랫폼의 이름을 빌리고, 패션 플랫폼은 식품 브랜드의 로고와 이미지를 상품으로 만든 셈이다.
이번 치킨 박스 출시는 한 차례 화제성 행사로 끝날 수 있었던 협업을 실제 메뉴군 확대로 이어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메인 피자뿐 아니라 함께 주문하는 사이드 메뉴에도 같은 이름을 붙여 ‘무진장’이라는 협업 콘셉트를 강화했다.
식품과 패션의 경계를 허문 사례는 도미노피자만이 아니다.
할리스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반스와 손잡고 음료와 케이크, 여름용품을 함께 내놨다. ‘반스 파인 민트티 보틀’에는 반스를 상징하는 체커보드 무늬를 적용했다. ‘반스 언박싱 케이크’는 운동화 상자 모양의 포장을 열면 반스의 체커보드 무늬와 대표 운동화 ‘올드스쿨’을 본뜬 초콜릿이 나타나도록 만들었다.
메뉴에 그치지 않고 메쉬 보스턴백과 볼캡 모양 파우치, 비치타월, 우양산, 텀블러 등도 함께 출시했다. 할리스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는 경험을 패션 상품 구매까지 넓힌 것이다.
편의점 CU는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의 냉감 티셔츠 ‘쿨리츠’를 아이스크림으로 바꿨다. ‘아이더 쿨리츠 아이스’는 실제 냉감 의류의 주름진 질감을 겉면에 표현하고 프랑스 샤모니 몽블랑의 이미지를 블루 레모네이드 맛으로 구현했다.
‘입는 아이스크림’이라는 콘셉트 아래 아이스크림 구매 고객에게 아이더 냉감 티셔츠를 경품으로 주는 행사도 진행했다. 식품은 아웃도어 브랜드의 시원한 이미지를 얻고, 아이더는 여름철 편의점 고객에게 제품을 알리는 구조다. 할리스·반스와 CU·아이더 협업 사례
과거 식품과 패션의 협업이 로고를 넣은 한정판 티셔츠나 굿즈 제작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메뉴 기획과 유통 채널, 구매 혜택까지 한꺼번에 묶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도미노피자와 무신사의 협업도 피자에 유명 플랫폼 이름을 붙인 데서 끝나지 않았다. 피자를 주문하면 패션 포인트를 받고, 무신사에서는 피자 상자를 닮은 패션 상품을 사는 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업계가 전혀 다른 분야의 브랜드와 손잡는 이유는 분명하다. 대규모 광고비를 들이지 않고도 상대 브랜드가 확보한 고객과 팬층에 접근할 수 있어서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이름을 낯선 상품에 붙여 짧은 시간 안에 호기심을 끌어낼 수도 있다.
관건은 협업 브랜드의 이름을 뺀 뒤에도 상품이 선택받느냐다. 처음 한 번은 낯선 조합이 구매를 끌어낼 수 있지만 맛과 가격, 실용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화제성은 오래가기 어렵다. ‘무진장’이라는 이름이 실제 주문 증가로 이어질지는 치킨 박스가 풀어야 할 다음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