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우유만으론 안 된다”…매일·남양이 ‘빵집’ 키우는 까닭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우유회사가 빵 굽는 냄새에 빠졌다. 흰우유 소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유업계가 베이커리와 디저트 카페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우고 있다. 우유와 버터, 치즈 등 기존 원료 경쟁력을 활용할 수 있는 데다 음료만 판매할 때보다 고객 체류시간과 객단가를 함께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엠즈베이커스 제공
엠즈베이커스 제공

9일 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 관계사 엠즈베이커스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브랜드 ‘밀도(meal°)’는 최근 롯데백화점 평촌점에 신규 매장을 열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장인 베이커리에서 영감을 얻어 목재와 절제된 조명, 정돈된 진열장을 적용했다. 매장에서는 담백식빵과 리치식빵, 고양식빵 등 대표 제품을 직접 구워 판매한다.

 

이달 말에는 롯데몰 김포공항점에도 매장을 열어 서울과 수도권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현재 밀도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등 서울·경기 지역에서 1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유업의 베이커리 전략은 밀도 단독 매장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관계사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폴 바셋은 지난달 3일 서울 신논현역 인근에 문을 연 강남점에 밀도 베이커리를 접목했다. 프리미엄 커피와 아이스크림, 케이크, 식빵을 한 공간에서 판매하는 복합 매장이다.

 

밀도 제품을 폴 바셋 매장에 넣으면 별도의 신규 출점 없이도 판매망을 넓힐 수 있다. 폴 바셋 역시 커피에 빵과 디저트를 더해 아침 식사부터 점심, 간식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다.

 

폴 바셋은 올해 상반기에만 10개 매장을 새로 열었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의 출점을 추진한다. 폴 바셋과 더 키친 일 뽀르노, 크리스탈 제이드 등 엠즈씨드 외식 브랜드 3곳의 지난해 매출은 2135억원으로 전년보다 6.75% 증가했다.

 

남양유업은 백미당을 앞세워 베이커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백미당은 지난 3월 서울 강남역 인근에 베이커리와 건강 디저트를 강화한 특화 매장을 열었다. 베이커리 브랜드 ‘헤이즈밀’과 손잡고 사워도우 오픈토스트와 파이, 퀸아망 등 8종을 선보였다.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그릭요거트를 활용한 요거트컵도 전용 메뉴로 내놨다.

 

지난해 4월 도심공항점을 시작으로 아이파크몰 용산점과 당산점, 스타필드 안성점, 방배점, 합정역점 등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강남역점에 이어 현대백화점 신촌점까지 출점하면서 올해 3월 기준 매장 수는 62개로 늘었다.

 

실적도 개선됐다. 백미당의 올해 1분기 매출은 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증가했다. 영업손익은 3억원 적자에서 1억2000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식품업계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프리미엄 베이커리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2월 프랑스 베이커리 ‘보앤미’를 국내에 들여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약 180㎡ 규모의 매장을 열었다. 프랑스산 밀가루와 천연발효종을 활용한 사워도우와 비엔누아즈 등 80여종을 판매한다.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보앤미에는 개점 이후 월평균 5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올해는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출신 파티셰를 영입하고 메밀과 통밀 등을 사용한 건강빵까지 확대했다. 신세계푸드

 

유업계가 빵과 디저트로 보폭을 넓히는 배경에는 흰우유 시장의 구조적인 위축이 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2.9㎏으로 전년 25.3㎏보다 9.5% 감소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8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저출생에 따른 주 소비층 감소와 식물성 음료 확산, 식습관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베이커리는 우유와 버터, 생크림, 치즈 등 유제품 사용량이 많은 업종이다. 유업체 입장에서는 원료를 단순 판매하는 데서 벗어나 완제품과 외식 서비스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식빵과 샌드위치, 디저트를 통해 아침과 간식, 브런치 수요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프리미엄 빵 시장은 이미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을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원재료비와 인건비 부담이 크고 당일 판매하지 못한 제품의 폐기 관리도 필요하다. 결국 매장 수보다 중요한 것은 커피·우유·빵을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묶어 반복 구매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