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건강 상태에 대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딱 하나, (가족에게) 불평을 좀 더 많이 하셨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암 투병 중인 조 바이든(83) 전 미국 대통령의 둘째 아들 헌터 바이든(56)이 방송 인터뷰 도중 부친의 병세 악화를 털어놓으며 울컥했다. 헌터는 젊은 시절 술과 약물에 찌들어 방탕한 삶을 살았고, 총기 관련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기도 했다. 아버지의 대통령 임기 종료 직전인 2024년 12월 특별사면으로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 이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이다.
8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헌터는 전날 이 방송사 간판 프로그램 ‘뉴스나이트’ 진행자와 인터뷰를 했다. 2025년 1월 퇴임 직후 전립선암 투병 사실을 공개한 바이든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화제로 떠올랐다. 헌터는 “암이 퍼져 뼈와 다른 부위로 전이됐다”며 “매우 고통스럽고 쇠약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말을 할 때 헌터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BBC는 전했다.
헌터는 “암은 정말 힘든 병”이라며 “(부친의) 암 투병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라는 심경을 토로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가족 앞에서 고통을 내색하지 않고 꾹 참는 점을 가리키며 “불평을 좀 더 많이 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아들이 둘 있었다. 1969년생인 보 바이든(2015년 사망)과 1970년생인 헌터가 그들이다. 장남 보는 이라크 전쟁 참전용사로서 앞날이 촉망되는 정치인이었으나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헌터는 명문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었지만, 여자 관계가 복잡한 것은 물론 마약 중독 이력까지 있는 탕아(蕩兒)였다.
이를 두고 바이든 전 대통령은 헌터가 생후 2년여 만에 교통사고로 친어머니를 잃고 계모(질 바이든 여사)의 손에 자란 것 때문이라고 생각해 무척 불쌍하게 여겼다. 그런 헌터를 사람들은 ‘바이든의 아픈 손가락’이라고 불렀다. BBC와의 인터뷰 도중 헌터는 “(중독이) 가장 심했을 때는 하루에 거의 1갤런(약 3.8L)의 보드카를 마시고 거의 15분마다 코카인을 피웠다”고 고백했다.
2023년 헌터가 140만달러(약 20억원)의 탈세를 저지르고 총기를 불법으로 구매해 소지했다는 범죄 혐의가 수면 위로 불거졌다. 이듬해인 2024년 6월 1심 법원이 헌터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다. 형량 선고는 뒤로 미뤄진 가운데 그해 11월 대선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이겼다. 그러자 퇴임을 앞둔 바이든 전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 등의 반발을 무릅쓰고 헌터를 사면했다.
헌터는 이에 대해 “그러한 사면이 (법치주의, 법 앞의 평등 같은) 미국이나 아버지의 유산에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고 솔직히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는 트럼프의 새 행정부에서 내가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요즘 헌터는 SNS를 개설하고 자신의 과거 약물 중독 경험을 공유하며 대중과 교감하고 있다. 현재 팔로워 수가 84만명이 넘어 인플루언서로 통한다. 일각에선 헌터가 부친의 뒤를 이어 정치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하지만 헌터는 “선거 출마 등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약물 중독과 회복에 관해 이야기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