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의 아버지 호르헤 메시가 향년 68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오랜 기간 메시의 선수 생활과 사업 활동을 뒷받침하며 단순한 아버지를 넘어 자신의 축구 인생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조력자이자 오랜 시간 커리어를 관리한 파트너였다.
8일(현지시간) 클라린과 인포바에, 올레 등 아르헨티나 현지 매체에 따르면 호르헤는 지병으로 투병해오다 이날 오전 2시께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그는 전문 스포츠 경영인은 아니었지만 아들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을 내리며 메시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호르헤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드러난 것은 메시가 13세였던 2000년이었다.
당시 메시는 성장호르몬 결핍으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서 치료비를 계속 부담하기에는 가족에게 경제적인 부담이 컸다. 호르헤는 결국 아들의 유럽 진출을 선택했고, 스페인으로 건너가 FC바르셀로나와 협상을 추진했다.
바르셀로나는 메시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고, 구단의 지원 아래 성장호르몬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어린 메시가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는 동안 가족의 일부가 아르헨티나로 돌아간 뒤에도 호르헤는 아들과 함께 바르셀로나에 남았다.
13세 소년에게 낯선 타국 생활은 쉽지 않았다. 호르헤는 그런 아들의 곁을 지키며 축구뿐 아니라 생활 전반을 챙겼다.
메시는 훗날 당시를 돌아보며 아버지와 함께 힘든 시간을 견뎌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이후 호르헤는 자연스럽게 아들의 에이전트 역할까지 맡았다.
바르셀로나에서 메시의 계약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자 직접 협상에 뛰어들었고, 메시가 성장할수록 계약과 이적, 광고 및 각종 사업 활동까지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호르헤는 전문적인 스포츠 비즈니스 경력을 가진 인물은 아니었지만 아들의 성향과 재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었다. 메시 가족을 잘 아는 관계자는 그가 전문 경영인은 아니었지만 직관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잘 내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호르헤의 존재감은 메시가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자리 잡은 뒤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언론 노출을 최대한 줄였다. 계약이나 이적처럼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만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고,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왔을 때 이를 바로잡는 정도를 제외하면 대외 활동을 자제했다.
메시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사생활을 중시하며 불필요한 언론 노출을 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헤는 아들의 축구에도 때때로 직접적인 조언을 건넸다.
메시가 아르헨티나 명문 리베르 플레이트의 테스트를 받을 당시에는 철망 너머에서 아들에게 적극적으로 뛰라고 격려했고, 바르셀로나 유소년 시스템인 라 마시아에서도 정해진 전술에만 얽매이기보다 자신의 장점을 살리도록 주문했다.
하지만 호르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메시가 경기장 안에서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경기장 밖의 복잡한 문제를 대신 처리하는 것이었다.
메시가 바르셀로나를 떠나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향했을 때도, 2023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미로 이적했을 때도 호르헤는 협상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수많은 계약과 이적설, 광고 및 사업 문제 속에서 호르헤는 아들의 앞에 놓인 외부의 부담을 상당 부분 걸러내는 역할을 했다.
메시가 축구 역사에 남을 선수가 된 데에는 당연히 그의 타고난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그 재능이 성장할 수 있도록 어린 시절부터 환경을 만들어주고, 중요한 순간마다 아들의 곁을 지킨 사람이 있었다.
호르헤 메시는 그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아들의 축구 인생을 함께한 사람이었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성장한 아들의 뒤에는 언제나 조용히 자신의 역할을 다했던 아버지가 있었다. 이제 메시는 그 든든했던 조력자를 떠나보내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