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드론(무인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우크라이나의 지능적 반격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미국 정보 기관들은 현상 타파를 위해 러시아가 제2의 장소에서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확대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8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방송 등 미국 매체들은 저마다 정보 기관 보고서를 인용해 “푸틴이 향후 몇 년 이내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대한 제한적 공격으로 나토의 결의를 시험해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나토의 결의란 32개 회원국들 가운데 어느 한 국가라도 공격을 받으면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모두 무력으로 대응한다는 나토 조약 5조를 의미한다. 일명 ‘올포원 원포올’(All for One, One for All)로 불리는 이 원칙이 유사시 과연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 테스트를 해보겠다는 의도다.
제한적 공격의 형태로는 사이버 공격, 드론 등을 이용한 영토의 제한적 침입 등이 꼽혔다. WSJ는 러시아 군인들이 국적이나 소속을 완전히 숨긴 제복 차림으로 나토 회원국을 침략해 영토 일부를 점령할 수 있음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이 같은 행동에 나서는 시기는 이르면 올가을부터 2029년까지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CNN은 러시아가 도발 대상으로 삼을 나토 회원국은 폴란드 또는 발트 3국(라트비아·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망했다. 폴란드는 러시아 및 러시아의 맹방인 벨라루스와 긴 국경선을 접하고 있다. 발트 3국은 국토 면적이 너무 좁아 일단 러시아군이 진입하면 미처 다른 동맹국들이 도움의 손길을 뻗기 전에 영토 전체를 빼앗길 수 있다. 최근 리투아니아 정부는 러시아군이 드론을 활용해 발트 3국의 인프라 시설부터 타격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7월 튀르키예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참석자들은 올포원 원포올 원칙에 거듭 지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나토의 작은 나라가 공격을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미국이 전쟁에 뛰어드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의문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푸틴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나토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의 공약 이행에 회의적 시선을 드러내며 안보 불안을 호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젤렌스키는 이날 자국 방송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푸틴이 러시아 국민 최대 50만명을 상대로 은밀한 동원에 나서는 등 확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는 고질적인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심지어 그 때문에 북한군의 파병을 받기도 했다. 젤렌스키는 “새롭게 동원될 50만명이 전부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보내지진 않을 것”이라며 “일부는 다른 유럽 나라들과의 국경 부근에 배치돼 상대방 국가 정부와 국민에게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