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순신 장군까지 건드렸다고?”
한때는 게임 속 한 장면을 둘러싼 논란으로 여겨졌던 일이 이제는 K-콘텐츠의 ‘역사주권’ 문제로 번지고 있다. 한복과 이순신 장군을 둘러싼 역사 왜곡부터 드라마·영화 속 전통문화 고증, 해외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자막 번역까지. K-드라마와 영화, 게임이 글로벌 OTT를 타고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화면 속 작은 오류 하나, 자막 한 줄까지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는 세계인의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K-콘텐츠의 경쟁력도 달라지고 있다.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로운지를 넘어 우리 역사와 문화를 얼마나 정확하게 담아내느냐가 국가 이미지와 문화적 신뢰도를 좌우하는 요소가 된 것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대구 북구을)은 전날 ‘문화산업진흥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콘텐츠 제작 단계부터 역사적 사실과 전통문화에 대한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해외 유통 과정에서는 통·번역과 감수까지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개정안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주요 사업인 ‘국내외 콘텐츠 자료의 수집·보존·활용’과 관련한 세부 사업에 ▲역사왜곡 및 문화고증 등에 대한 역사자문 지원 ▲통역·번역 및 감수 지원을 추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콘텐츠가 공개된 뒤 논란이 불거지면 수정하는 사후 대응에서 벗어나, 기획·제작 단계부터 역사와 문화를 검증할 수 있는 예방 시스템을 갖추자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OTT와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한 번 공개된 콘텐츠가 국경과 플랫폼을 넘어 빠르게 재생산되면서, 작은 고증 오류가 미치는 파급력도 커지고 있다. 국내 시청자에게는 단순한 오류로 보일 수 있는 장면도 해외에서는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정보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이미 게임을 통한 역사왜곡 문제에 대응해왔다. 2024년 중국 게임에서 한복과 이순신 장군 등을 왜곡해 표현하는 사례에 대응하기 위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해당 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에는 게임을 넘어 K-콘텐츠 전반으로 범위를 넓혔다.
김 의원은 지난 5월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와 함께 ‘중국 동북공정 OTT 확산 방지를 위한 정책 간담회’를 열고 영상 콘텐츠의 문화주권 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반크 청년연구원들이 제시한 글로벌 OTT 내 한국 역사왜곡 대응 정책 제안이 이번 개정안에 반영됐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글로벌 OTT와 생성형 AI 시대에는 콘텐츠가 곧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창구가 된다”며 “콘텐츠 제작 단계부터 체계적인 점검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불필요한 논란을 사전에 예방하고 K-콘텐츠의 국제적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K-콘텐츠의 경쟁력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정확하게 담아 세계에 전달하는 데 있다”며 “작은 역사 오류 하나도 국가 이미지와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제작 초기부터 역사 자문과 문화 고증, 번역·감수까지 아우르는 예방 중심의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크를 비롯한 민간 전문가들의 현장 경험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우리 문화주권을 지키는 중요한 자산”이라며 “정부와 국회, 콘텐츠업계, 민간 전문가가 함께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해 K-콘텐츠의 역사왜곡을 예방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K-콘텐츠가 세계인의 일상으로 파고들수록 화면 속 한 장면, 대사 한마디, 자막 한 줄의 무게도 커지고 있다. 역사·문화 고증이 곧 K-콘텐츠의 신뢰도이자 대한민국의 문화주권이 되는 시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