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살 빼는 주사’에 연 3500억 지출...美 기업이 비만 치료제 지원하는 이유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GLP-1 계열 주사 치료제. 게티이미지뱅크
GLP-1 계열 주사 치료제. 게티이미지뱅크

 

“직원이 살을 빼고 건강해진다면, 회사에 좋은 투자입니다.”

 

미국 대형 금융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직원들의 비만 치료제 지원에 매년 3500억원이 넘는 거액을 쏟아붓고 있다. 이른바 ‘꿈의 다이어트 주사’로 불리는 치료제가 새로운 기업 복지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처방 증가와 함께 오남용 경고등이 동시에 켜지고 있다.

 

브라이언 모이니핸 BofA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치료제 지원에 연간 2억5000만달러(약 3540억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GLP-1은 혈당을 조절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으로, 이러한 작용을 모방한 약물인 GLP-1 계열 치료제로는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이 있다.

 

BofA는 전체 의료비 예산 약 20억달러 중 12.5% 이상을 GLP-1 치료제 지원에 사용하고 있다. BofA의 직원은 21만1000명으로, 1인당 연간 수천달러의 비용이 들어 부담이 크지만 직원들의 건강을 장기적으로 고려하면 투자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모이니핸 CEO는 “GLP-1 치료제를 통해 심장질환 위험 등도 낮출 수 있다”며 “일부 직원이 치료 효과를 보기 전에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좋은 투자”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이처럼 우수 인재를 붙잡기 위한 복지 차원에서 GLP-1 치료제 비용을 지원하는 기업은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 미국 국제직원복지계획재단(IFEBP)이 3만여개의 회사와 공공기관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GLP-1 보험을 지원하는 곳은 전체의 36% 수준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 기관들은 직원들의 GLP-1 청구 건수가 전체 보험 청구 건수의 11.4%를 차지했으며, 이는 2023년의 6.9%에서 증가한 수치다.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GLP-1 계열 약물은 식욕을 억제하고 체중 감량 효과가 탁월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히트 상품이 됐다.

 

국내에서도 GLP-1 치료제 사용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의약품안전서비스(DUR) 자료에 따르면 마운자로 국내 처방 건수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10개월 만에 150만1161건이었다. 위고비는 지난 2024년 10월 출시된 후 122만8867건이 처방됐다. 

 

하지만 당뇨병이나 고도 비만 환자가 써야 하는 이들 약품이 단순히 ‘살 빼는 약’으로 인식되며 오남용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들 GLP-1 계열 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규정 개정안을 고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