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국 베이징에서 세계 최대급 로봇 행사가 열린다. 19일부터 23일까지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이좡에서 열리는 세계로봇대회에는 300여개 기업이 2000여점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처음 공개되는 신제품도 150개가 넘을 전망이다.
세계로봇대회가 끝나기 전인 22일에는 국가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제2회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가 개막한다. 지난해 26개였던 경기 종목은 올해 50개로 늘었다. 지난해 번외 종목이었던 탁구와 자유격투가 정식 경기 종목으로 편입됐고, 로봇이 호텔 객실을 정리하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꽂고 차량을 충전하는 종목도 마련됐다. 달리기와 춤 등 볼거리가 큰 종목이 주로 주목받았던 지난해보다 실제 일자리를 겨냥한 시험이 한층 강화된 셈이다.
중국 로봇의 발전 속도는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에서도 확인됐다. 지난해 첫 대회에 출전한 20개 팀 가운데 21.0975㎞를 끝까지 달린 로봇은 6대뿐이었다. 우승한 베이징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의 ‘톈궁 울트라’도 2시간40분42초가 걸렸다.
반면 올해는 102개 팀이 출전해 47개 팀이 완주했다. 이 가운데 18개 팀은 원격조종 없이 자율주행으로 결승선에 도착했다. 스마트폰 업체 아너가 개발한 ‘산뎬’은 50분26초로 우승했다. 인간 남자 하프마라톤 세계기록보다 6분 이상 빠른 기록이었다.
산뎬의 우승은 중국 로봇 생태계가 넓어지는 과정도 보여준다. 아너는 로봇 전담 조직을 꾸린 지 약 1년 만에 대회를 석권했다. 스마트폰을 만들며 쌓은 배터리 관리와 정밀제어, 방열 설계, 단말용 인공지능(AI) 기술을 로봇에 옮겼다.
그동안 중국 로봇의 약점으로 꼽혔던 ‘두뇌’에서도 결합이 시작됐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이달 로봇 기업 유니트리의 상하이 커촹반 기업공개(IPO)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양사는 AI 대모델과 체화지능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모델 훈련과 로봇 구매 때 서로를 우선 검토하기로 했다. 두 회사의 협력으로 유니트리가 현장에서 축적한 행동 데이터를 딥시크의 시각·체화 AI 연구에 활용할 가능성도 커졌다.
중국 휴머노이드의 실제 작업 능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유니트리의 상장 자료를 보면 지난해 1∼9월 휴머노이드 매출의 73.6%가 연구·교육용에서 나왔다. 산업 현장용 등 ‘업종 응용 분야’는 9%였고 이 가운데 상당수도 기업 안내 등에 쓰였다. 자유롭게 달리는 능력과 제각각인 물건을 골라 집어 장시간 정확히 작업하는 능력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도 비슷한 제품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거품이 생길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럼에도 중국 업체는 제품을 많이 만들고 다양한 현장에 넣으면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실패가 쌓일수록 다음 제품의 관절과 배터리, 알고리즘을 고치는 자료가 된다. 생산량이 늘면 부품 가격이 내려가고 낮아진 가격이 다시 보급과 데이터 축적을 앞당긴다.
우리도 뒤처져서는 안 된다. 한국에는 활용할 기반이 이미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 제조업의 노동자 1만명당 가동 중인 산업용 로봇은 1220대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자동차와 전자, 반도체, 배터리, 통신 등 휴머노이드에 필요한 기술과 수요처도 갖고 있다.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은 지난해 ‘K휴머노이드 연합’을 출범시켰다. 당시 정부는 연구개발 예산과 펀드, 민간 투자를 합쳐 2030년까지 1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의 첫 목표는 제조 현장으로 잡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자동차·전자 공장의 조립과 물류, 조선소와 제철소의 중량물 운반 및 위험설비 점검처럼 일손이 부족하고 작업자의 안전 부담이 큰 분야를 우선 실증 대상으로 정할 수 있다. 공장을 로봇 기업과 대학이 함께 이용하는 시험장으로 개방하고, 그곳에서 얻은 작업 데이터를 공동 규격에 맞춰 축적해야 한다. 실증 뒤 일정 성능을 넘긴 제품에는 구매와 후속 투자가 이어지도록 제도도 설계할 필요가 있다.
한국도 개발한 로봇을 곧바로 현장에 넣고, 실패에서 얻은 데이터를 다음 제품에 반영하는 체계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이 몇 년간 쌓이면 특허 숫자나 시제품의 성능만으로는 따라잡기 힘든 격차가 생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