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 가을이 시작된다는 지난 7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8도까지 치솟았다. 119년 만에 가장 뜨거운 ‘입추’(立秋)로 기록됐다. 지난 2일 경남 양산은 무려 42.5도까지 오르며, 122년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밤에도 열기가 식지 않는 열대야 기록도 연일 갈아 치우고 있다. 올 6월부터 8월 7일까지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13.7일로 역대 가장 많다.
사람도 견디기 힘든 더위인데 농·축·수산물이라고 온전할 리 없다. 벼는 등숙기(벼 낟알이 익는 시기) 고온에 노출되면 알곡이 제대로 여물지 못해 수확량이 크게 줄어든다. 과수는 재배지가 점차 북상하면서 기존 산지의 생산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바다도 예외가 아니다. 한반도 연근해 수온이 상승하면서 어종의 서식 환경이 바뀌고, 급격한 수온 변화는 집단 폐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폭염은 결국 생산량 감소와 공급 불안을 거쳐 소비자 물가를 자극한다.
시금치 가격이 131.7%, 고등어 가격이 47.3% 오르는 등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뛰고 있다. 생산량 감소에다 냉장·운송 등 유통비용까지 증가하면서 식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른바 ‘히트플레이션’(Heat+Inflation)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그러잖아도 한국의 식료품 가격지수(146·2024년 기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스위스(1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미국(107), 일본(121), 독일(95.2)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폭염이 물가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히트플레이션은 단순한 물가 상승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소득이 낮을수록 전체 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다는 ‘엥겔의 법칙’ 때문이다. 똑같은 10%의 식품 가격 상승이라도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충격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에 서민 삶이 더욱 팍팍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은행·유엔식량농업기구 등 국제기구들은 이미 기후변화가 식량 안보를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도 다들 기후위기를 알고도 준비하지 않는 대가가 혹독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 기후모델 예측에 따르면 한반도 여름 기온은 45도 가까이 상향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