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세종 국립세종수목원 내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뜰에 있는 능수버들나무를 보던 남종우(40)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대외협력팀장이 ‘유레카’를 외치듯 기자에게 손으로 나무 한편을 가리켰다. 남 팀장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손가락만한 잎 뒤에 작은 점들이 수십개 찍혀 있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작은 점들은 살아 움직이는 개미와 진딧물이었다.
남 팀장은 “진딧물이 식물의 수액을 빨아들인 뒤 남은 당분을 내뿜는 현상을 ‘감로’라고 하는데 개미들이 그걸 꿀물처럼 빨아먹고 진딧물을 지켜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미가 능수버들나무에 집을 지어서 개미들을 따라가 보면 여왕개미가 나무 속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 팀장은 ‘수목원에서 일하는 곤충학자’이다. 프랑스 태생의 세계적인 생물학자인 장 앙리 파브르(1823∼1915)에서 따온 ‘남브르’가 그의 별명이다. 그는 36도가 넘나드는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무 옆 돌을 하나씩 뒤집어 본다. 돌 밑에 숨은 곤충을 찾는 것이다.
남 팀장은 “곤충분류·생태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틈만 나면 사무실 밖에 나와 곤충을 찾아본다”며 “가마솥같이 펄펄 끓는 더위에 곤충도 피서를 갔나 보다”라고 머쓱하게 웃었다.
남 팀장이 곤충학자의 길로 들어선 계기는 ‘작은 생명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그는 “곤충이라는 작은 생명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늘 궁금했다”며 “곤충은 어떻게 겨울을 버티는지, 식물과 꼭 함께 살아가는 곤충은 왜 그런건지, 숲과 곤충은 어떤 관계인지 등에 대한 호기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으며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가 태어나 자란 경남 진해는 ‘곤충밭’이었다. ‘파브르 곤충기’를 읽고 난 후 곤충에 대한 막연한 흥미는 곤충학, 생태학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남 팀장은 “파브르 곤충기를 보면 돌에서 곤충을 발견하는 관찰기가 있는데 들춰 보니 정말 돌에서 4∼5종의 곤충들이 발견됐다”며 “직접 눈으로 확인한 곤충 모습을 보고 난 뒤 주말마다 전국 각지로 발길을 향했다”고 말했다.
고교 땐 곤충동아리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곤충을 파고들었다. 전국에서 채집한 사슴벌레 연구로 과학전람회에서 과학기술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경북대에서 곤충분류학으로 학사를, 서울여대에서 환경생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강원대에서 곤충학 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의 학구열은 지독한 근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2015년 한라산 구상나무를 연구할 땐 2년 동안 2주에 한 번 해발 1950m에 이르는 한라산 정상에 올라가 구상나무 연구에 매진했다. 남 팀장은 “한라산 구상나무는 한라산 정상에 서식하는 친구인데 기후변화로 점점 갈 곳을 잃고 있는 나무이다”라며 “구상나무를 4가지로 분류해 기생하는 곤충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2년 동안 곤충들이 나무 고사를 가속화시킨다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는 곤충 생태계도 뒤흔들고 있다. 대표적인 게 제주도 상제나비다. 상제나비는 우리나라 남부지역에서만 관찰됐는데 최근에는 백두산 권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남 팀장은 “상제나비 사례는 곤충 분포 변화가 아닌 기후대 자체가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종들은 위도에 갇혀 산다. 기온이 오르면 살 수 있는 환경도 함께 북쪽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남 팀장은 “곤충의 이동속도가 기후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먹이사슬이 끊어져 곤충 재난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소나무재선충과 목화바구미, 풀무치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히고 있다. 꿀벌은 최근 기후변화와 바이러스 등으로 개체 수가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보고된다. 그는 “기후변화는 단순히 날씨가 더워지는 문제가 아니라 먹이사슬 전체를 흔드는 생태 재난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곤충·생태학 전문가들은 기후위기에 따른 생태 재난을 늦추기 위해 ‘폴리네이터 가든(pollinator garden·수분정원)’을 조성하고 있다. 폴리네이터가든은 기후위기로 서식처를 잃어가는 수분 매개체(벌, 나비 등 곤충류)를 위한 공간을 조성한 정원을 의미한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는 ‘곤충호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곤충들의 번식과 월동 공간을 인위적으로 마련해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남 팀장의 소망 중 하나는 곤충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그는 “곤충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수를 갖고 있다”며 “사람은 1종, 고양이·개도 1종인데, 곤충은 전 세계에 100만종”이라고 귀띔했다.
남 팀장은 “사람들은 곤충을 그냥 ‘벌레’라고 생각하지만 숲과 곤충이 공존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미래 재난을 막는 중요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지금은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대외협력팀장으로 몸 담고 있는 기관을 쉽고 친근하게 홍보하는 일을 맡고 있다”며 “전공한 곤충 분야를 대중과 접점을 넓히고 새롭게 바라보도록 인식을 바꾸는 데도 제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