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SK하이닉스의 영업비밀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전 직원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성소수자 인권 모임에 가입한 총신대생에게 학교가 무기정학 징계를 내린 것은 무효라는 판단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침해 범죄 가볍게 처벌은 기술력 탈취 방치하는 결과”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0-1부(재판장 이상호)는 최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SK하이닉스 2022년 중국 현지법인에 근무하며 회사의 CIS(빛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반도체 소자) 관련 첨단기술과 영업비밀을 무단 유출하고 부정하게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 등에서 이직 제안을 받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의 영업비밀 유출·누설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A씨가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관련 기술을 유출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 기술이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에서 정한 첨단기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검찰이 산업부의 첨단기술·제품 확인서를 근거로 항소했지만 항소심도 첨단기술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침해 범죄를 가볍게 처벌하면 기업이 기술 개발에 매진할 동기가 없어지고 해외 경쟁사가 인재 영입을 빙자해 국내 기업의 기술력을 손쉽게 탈취하는 것을 방치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A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성소수자 모임 가입 총신대생 무기정학 징계는 과해”
서울고법 민사14-1부(재판장 남양우)는 지난달 16일 신학과 학생 A씨가 총신대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 무효 확인 소송 2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24년 졸업 예정이던 A씨는 총신대 내 성소수자 인권모임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이밖에도 소속학과 학과장 특별지도 3회, 교내 교육 3회, 외부 전문기관 특별 교육 10회 등 특별지도 처분도 받았다.
총신대 징계규정에 따르면 동성애 지지 또는 동성애 행위 등 기독교 신앙인의 미덕에 반하는 행위를 한 학생은 징계를 받는다.
A씨는 학교의 징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징계규정은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으로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사회 상규에 반하고 그 의미도 불부명해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무효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징계 사유 자체는 인정했지만, 무기정학 처분은 지나치게 과중해 무효라고 봤다.
1심 재판부는 “동성애가 기독교 교리에 반하는 여부는 교리 또는 신앙의 해석과 관련돼 사법적 판단을 자제한다”면서도 “총신대 학생들의 동성애 지지를 기독교 신앙의 미덕에 반하는 행위로 규정해 징계하는 것은 총신대의 기독교적 세계관과 종교관을 지키기 위한 불가결한 수단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무기정학 처분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양정의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A씨가 적극적 혹은 조직적으로 총신대 혹은 교단을 해하는 행위를 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고, 전통적으로 기독교에서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에 대해 새로운 해석과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항소심도 A씨 측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졸업을 앞둔 상태에서 징계 처분으로 인해 정상적인 졸업이나 취업에 있어 현저한 불이익을 입게 된 반면, A씨가 적극적으로 총신대 또는 교단을 해하는 행위를 하거나 학내질서를 훼손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나타나 있지 않다”며 “무기정학이 아닌 보다 경한 징계로도 징계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