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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보급률 103%라는데…폭염 속 판잣집·여관 전전 55만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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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대상 아파트 맞먹는 32만 7000호…서울·부산에 75% 집중
9일 서울 시내의 건물들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모습. 연합뉴스
9일 서울 시내의 건물들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모습. 연합뉴스

 

초고가·비거주 1주택을 겨냥한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가 뜨겁지만, 이마저도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느끼는 이들이 있다. 판잣집이나 비닐하우스, 여관 객실 등을 전전하며 사는 주거 취약 가구가 55만 가구에 달하는 탓이다. 최근 연일 극한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규 주택에서 밀려난 이들 가구를 정부가 보다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 종부세 대상 아파트만큼 많은 ‘비정규 거처’

 

10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호텔·여관 등 숙박업소 객실이나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에 사는 가구는 총 54만 5000가구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2324만 6000가구)의 2.3%에 달하는 규모다.

 

거처별로 살펴보면 숙박업소 객실 (호텔·여관 등)엔 5만 8000가구,  판잣집·비닐하우스엔 9410가구, 기타 주택 이외의 거처엔 47만 8000가구가 살고있다.

 

여기서 기타는 공사장 임시막사, 상가, 마을회관 등이 해당한다. 오피스텔, 숙박업소 객실, 기숙사·특수사회시설, 판잣집·비닐하우스 등을 제외하고 주택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모든 거주 공간을 뜻한다.

 

이러한 주택 이외 거처의 세부 분류는 매년 행정자료로 파악하기 쉽지 않아 5년 주기로 조사·공표된다. 수치는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통계가 현재 기준으로 개편된 2015년 40만 3000가구에서 2020년 49만 가구로 21.5% 증가했고, 지난해에도 5년 전보다 11.2%나 더 늘었다.

 

데이터처에 따르면 판잣집, 비닐하우스, 숙박업소 객실, 기타 주택 이외의 거처는 호(戶)수로 32만 7000호다. 이번 세제 개편으로 종합부동산세를 내게 될 공시가격 14억 원 초과 공동주택(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 등) 36만 3000호와 비슷한 규모다.

 

비정규 거처에는 한 채에 여러 가구가 살 가능성이 크고, 종부세 과세 대상엔 한 가구가 여러 채를 가진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가구 수 기준으로도 두 집단은 유사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 서울·부산에만 75% 몰려…'주택보급률 103%'의 역설

 

지역별 불균형도 심각하다. 주거 취약 가구는 서울이 14만 8000가구로 가장 많았다. 서울의 주거 취약 가구는 2015년 10만 3000가구에서 2020년 13만 5000가구(30.7%↑), 지난해에는 5년 전보다 9.3% 증가하며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뒤를 이어 부산이 13만 1000가구로 2위를 차지했으며, 3위인 대구(3만 3000가구)와는 무려 10만 가구 가량의 격차를 보였다. 서울과 부산 두 곳에만 전체 주거 취약 가구의 75%에 달하는 41만 가구가 집중된 셈이다.

 

이 같은 주거 취약 가구의 증가는 주택 보급률이 꾸준히 상승하는 현상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2024년 주택 보급률은 103%이다.

 

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눈 주택 보급률이 103%라는 것은 산술적으로 모든 가구가 한 채씩 주택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집이 모자라지 않은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진짜 주택에서 밀려나는 가구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주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 폭염 노출된 고령 1인 가구…정부 차원 지원 시급

 

이들 주거 취약 가구는 요즘처럼 더위가 맹렬해지고 기간이 길어지는 혹서기에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한다. 정규 주택이 아니어서 냉방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고, 지붕이나 새시 등의 노후화로 외부 열기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노인 빈곤율이 높은 만큼, 주거 취약 가구 중 상당수가 고령 1인 가구일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정부의 세심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7일 독거노인, 쪽방촌 거주자 등 폭염 취약계층 대비 정책 관련 개선사항과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창신동을 방문, 쪽방촌 주민과 대화하며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제공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7일 독거노인, 쪽방촌 거주자 등 폭염 취약계층 대비 정책 관련 개선사항과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창신동을 방문, 쪽방촌 주민과 대화하며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제공

이와 관련해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을 찾아 “폭염 취약계층이 안전하게 혹서기를 지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약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