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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3개 동시 발생에도 한국 피해간 얄궂은 이유…폭염이 만든 ‘기압 방패’와 가을 태풍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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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태풍정보. 사진=기상청 태풍정보 갈무리.
기상청 태풍정보. 사진=기상청 태풍정보 갈무리.

동아시아와 북서태평양 해상에서 3개의 태풍이 동시에 북상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10일 현재 기준 이들 거대한 비구름 떼가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희박하다. 3개의 태풍이 한국을 약속이나 한 듯 피해 가는 현상은 올여름 한반도를 뜨겁게 달궜던 폭염의 원인인 북태평양고기압이 역설적으로 태풍의 북상을 막는 거대한 방패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중국 내륙 향하는 돌핀과 일본 동쪽 맴도는 찬홈

 

기상청이 10일 오전 발표한 태풍정보에 따르면 제13호 태풍 돌핀은 이날 오전 9시 중심기압 985hPa, 최대풍속 초속 24m를 기록했다.

 

태풍은 현재 중국 푸저우 북북서쪽 약 430㎞ 육상에서 북북서진 중이며, 11일 오전 중국 내륙 깊숙이 진입하며 열대저압부로 약화할 전망이다.

 

제15호 태풍 찬홈은 10일 오전 9시 일본 도쿄 동쪽 약 1110㎞ 해상에서 중심기압 994hPa, 최대풍속 초속 21m의 세력으로 북서진하고 있다.

 

이후 11일 오전 도쿄 북동쪽 약 670㎞ 해상에서 세력이 강해진 뒤 12일 오전 독도 남동쪽 약 520㎞ 해상 부근에 도달하며 열대저압부로 소멸할 것으로 분석된다.

 

세 태풍 가운데 한반도에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찬홈이다.

 

태풍의 직접적인 강풍반경에 한반도가 포함되지는 않지만 열대저압부로 바뀐 뒤 동해 쪽으로 접근하며 수증기 흐름을 교란할 수 있어 국지적인 비바람 등 간접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페이러우는 태평양으로 유턴, 북태평양고기압이 결정한 바람길

 

9일 오후 3시 괌 북북서쪽 약 890㎞ 해상에서 발생한 제16호 태풍 페이러우는 10일 오전 3시 기준 중심기압 996hPa, 최대풍속 초속 20m를 유지하고 있다.

 

이 태풍은 일본 도쿄 남남동쪽 약 1670㎞ 해상에서 시속 49㎞의 빠른 속도로 동진 중인데, 이후 북동쪽으로 방향을 완전히 틀어 13일 북태평양 먼바다에서 수명을 다할 전망이다.

 

같은 시기에 활동하는 태풍 3개가 서쪽과 북서쪽, 동쪽으로 제각각 흩어지는 모습은 태풍의 진로가 주변 기류에 철저히 지배받음을 증명한다.

 

거대한 선풍기와 같은 태풍은 주변의 큰 규모 바람인 지향류를 따라 이동한다. 현재 팽창한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놓인 저기압과 기압골이 태풍을 한반도 바깥으로 밀어내는 바람길을 형성하고 있다.

 

즉 폭염을 유발한 북태평양고기압의 이례적 팽창이 현재 한반도로 향하는 태풍의 길을 차단하는 기압계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올해 여름철 동아시아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크게 높아 대기 하층을 가열하며 고기압 세력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 2023년 카눈 이후 3년째 무상륙, 안심하기 이른 이유

 

마지막으로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은 지난 2023년 8월 10일 경남 거제 부근에 들어온 제6호 태풍 카눈이다.

 

당시 남해안에서 북상해 한반도를 남북으로 관통하며 막대한 생채기를 남겼다.

 

이후 2024년과 2025년에는 간접 영향을 준 태풍만 있었을 뿐 육지에 직접 상륙한 태풍은 전무했다.

 

올해 역시 지난 6월 제5호 태풍 장미가 제주 남쪽 먼바다를 지나갔으나 육지 상륙은 없었다.

 

그렇다고 한국이 태풍 안전지대로 변한 것은 아니다. 이번에 3개 태풍이 모두 비껴가는 현상은 폭염이 만든 우연하고도 일시적인 기압 배치의 결과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기후 변화로 인해 늦가을까지 해수면 온도가 높게 유지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한반도를 향한 바람길이 열리는 순간 치명적인 위협이 다가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즉 태풍이 몇 개 발생하느냐보다 발생 위치와 주변 기압계의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